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농협을 민첩하게 바꾸는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게 됐다.
인력구조 개선을 위한 계획수립 단계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돼 이를 우려하는 조직 구성원들을 다독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4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책임자급이 많은 농협의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실무자가 많은 피라미드형으로 바꾸기 위해 컨설팅기업을 찾으려다 최근 보류했다.
인력구조 변화가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왔기 때문이다.
컨설팅 대상이 농협중앙회로 한정됐지만 농협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농협중앙회의 인력구조가 바뀌면 결국 나머지 계열사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컨설팅 계획에 ‘조직단위별 적정인력’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결국에는 농협 전체의 인력구조가 함께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근무하는 직원이 아닌 앞으로 입사할 인원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려는 것이었지만 구조조정을 하는 방향으로 잘못 알려지는 등 논란이 커져 관련 계획을 중단했다”며 “노동조합 등 조직 내부의 의견을 수렴한 뒤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협중앙회는 5월까지 ‘중앙회 및 계열사 중장기 인력운용 전략수립’을 맡길 컨설팅기업을 찾은 뒤 5개월 안에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성희 회장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농업·농촌의 지속발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농협의 인력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책임자가 많은 항아리형 구조의 조직은 민첩하게 움직이기 어려워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반면 고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의 직원 수는 농협중앙회가 2059명, 농·축협이 7만5209명, 경제·금융지주와 자회사가 2만5826명 등 모두 10만3094명이다.
이 가운데 NH농협금융지주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NH농협은행의 인력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1만3650명 가운데 임원과 책임자는 51%로 모두 6940명에 이른다.
다른 계열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사적체도 항아리형 인력구조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농협중앙회는 지점장 등 임원 직전 직급에서 임원급으로 오르기까지 최소 7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했을 때 2~3년가량 늦은 수준이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인력구조 조정방안으로 직위·직급 체계 개편을 꼽았다. 과장·차장·부장 등 직급을 없애고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거나 ‘프로’ ‘님’ 등으로 호칭을 통일해 인력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상방안을 마련해 상위직급 인력을 내보내지 않는 이상 인력구조의 본질을 그대로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나왔다.
보헙업계 등에서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상시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번 인력구조 조정방안 모색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을 뒷받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