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금융지주들 사이에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디지털 성장을 이끌게 된 만큼 여건이 마련되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적극적 의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어 하나금융지주 디지털사업을 맡고 있는 지성규 부회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 부회장은 얼마 전 하나은행장에서 물러나 하나금융지주에 신설된 디지털부회장에 올랐다. 하나금융그룹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부회장급 디지털 담당을 마련할 정도로 디지털전략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지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더욱이 지 부회장은 임기 만료를 1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다음 회장후보 중 한 사람으로도 오르내리고 있어 디지털분야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지 부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도 2년 만에 물러나면서 다소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지주회사 디지털부회장으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만큼 디지털사업을 강화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 부회장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관심을 둘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세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파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수신잔액은 3월 말 기준 25조4천억 원으로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전북은행·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수신잔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케이뱅크 수신잔액도 최근 10조 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의 2020년 기준 직원 1인당 이익은 2억3400만 원으로 하나은행(2억5천만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한·국민·우리은행을 앞선다.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여건이 조성되고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나선다면 지 부회장이 굳이 경쟁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유리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SK텔레콤과 합작으로 온라인금융플랫폼 핀크를 운영하고 있다. 핀크는 송금과 대출 등 일부 은행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부터 디지털역량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2021년 신년사에서도 “디지털과 글로벌시대를 주도하는 리더로 우뚝 서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디지털은 글로벌과 함께 지 부회장 경영전략의 양대 축 중 하나였다.
지 부회장은 하나은행에서 모바일앱 하나원큐를 생활금융플랫폼으로 강화하고 디지털채널 상품 판매비중을 60% 이상으로 늘리는 등 디지털 전환에 뚜렷한 성과를 냈다. 지 부회장이 디지털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대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수요조사에 하나금융지주를 포함한 4대 금융지주 모두 긍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합회는 이르면 이달 안에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전문은행 수요조사 결과를 전달한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고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7월 출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금융산업 경쟁도를 평가한다. 이 결과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디지털 전환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설립방안을 검토한 것은 없으나 법이 바뀌어 지주사 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가능해지면 가능성을 열고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