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코스피 상장 흥행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상장을 통해 2조 원 이상의 배터리사업 투자재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
1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로 미국 내 배터리 수입금지 등 사업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성장성이 부각돼 상장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소재인 분리막(LiBS)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다.
애초 5월로 예정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이 배터리 분쟁의 영향으로 미뤄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에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특허소송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질 경우 미국 법인으로 향하는 매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영업비밀을 놓고 벌이던 소송을 유럽까지 확산한다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매출규모가 크게 줄어들 위험이 있었다.
유럽은 중국과 함께 양대 전기차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게는 주력시장으로 꼽힌다.
곽미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프랑스 파리무역관 담당자는 배터리 시장 전망보고서에서 "유럽시장의 배터리셀 수요는 2025년에는 한해 400기가와트(GW)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10개 이상의 생산량에 맞먹는 수치다"고 말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사이 분쟁이 마무리 되면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실적은 별다른 악영향을 받지 않게 됐고 상장절차도 예정대로 5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분쟁에서 합의함으로써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갈 수 있는 리스크가 사라졌다”며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정상적으로 수요예측을 4월 말 진행하고 5월 초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공모주식 수는 모두 2139만 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신주 855만6천 주를 발행하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보유지분 90%의 22.7%에 해당하는 1283만4천 주를 구주매출로 내놓기로 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 범위는 주당 7만8천 원~10만5천 원으로 책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기업가치를 계산해보면 5조6천억 원에서 7조5천억 원에 이른다. SK와 LG 사이 배터리 분쟁이 원만한 합의로 끝나면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기업가치를 높은 수준에서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추진하는 분리막 사업의 영업가치는 14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으로 두 회사는 습식 분리막시장의 선두 위치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최대 2조3천억 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온전히 유럽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관련 투자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금으로 쓰일 2조원의 자금을 그린본드 발행과 페루광산 매각으로 이미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따라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을 통해 유입될 자금은 배터리 관련 사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분석과 금융감독원 공시를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금으로 현금 1조 원을 2년에 걸쳐 지급하기로 하고 로열티 1조 원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여러 해에 걸쳐 2조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만큼 부담을 덜고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