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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
누가 KDB산업은행 차기 회장이 될까?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4월 임기를 마친다. 차기 산업은행 회장을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차기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본격화될 대기업 구조조정을 감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도 방어해야 한다. 물론 정책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무거운 짐도 짊어져야 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차기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이 행장은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이자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의 실세집단으로 급부상한 서강금융인회(서금회)의 좌장 격인 인사다.
하지만 이 행장이 수출입은행 재무건전성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차기 산업은행 회장이 될 경우 논란이 거세게 일 수도 있다.
◆ 홍기택 후임자가 짊어져야 할 짐
홍기택 회장은 4월3일 3년 동안의 임기를 끝낸다. 물론 홍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 회장이 2000년 이후 유임한 적이 없는 점을 들어 교체가 유력하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점도 홍 회장이 물러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산업은행 안팎에서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몇몇은 산업은행 회장 자리를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산업은행 회장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너무 무겁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 맞을 자리가 분명한 자리를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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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
차기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될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악역을 맡아야 한다. 산업은행은 한계업종 대기업들의 주된 채권은행으로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금도 현대그룹과 STX조선 등 대기업 구조조정 현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조5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대기업 구조조정 충당금의 80%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집중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산업은행이 5천억~6천억 원의 추가 충당금을 단독으로 쌓아야 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책금융기관으로 변신을 추진해야 하는 일도 차기 산업은행 회장의 몫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민간시장에서 못하는 중견기업 지원 등을 메우는 본래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며 “정보통신기술(ICT)이나 바이오 등 미래산업과 기술금융을 주로 챙기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비금융자회사 116곳 가운데 91곳의 지분을 2018년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GM 등의 지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매각작업은 난항이 예상된다.한국항공우주산업만 봐도 그렇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성장성이 워낙 탄탄해 그나마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꼽혔다. 하지만 최근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한화그룹이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인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 이덕훈 급부상에 곱지 않는 시선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최근 들어 차기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장으로 정책금융과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 행장도 이미 정부 핵심인사에게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 행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의 금융 전문가로 민관 양쪽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았다. 수출입은행장이 되기 전에 대한투자신탁 사장, 우리금융지주 부행장, 우리은행장을 거쳤다. 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했고 산업은행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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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왼쪽)과 김용국 한국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12월22일 '노사 공동선언문'을 맞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 행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이다. 산업은행 회장이 될 경우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과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매각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 행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떠오른 서강금융인회(서금회)의 핵심 인사다. 이 행장은 서강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수출입은행장 취임 이후 “나는 친박이 맞으며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장으로 거둔 성과도 논란의 여지가 넓다.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 성동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에 내준 부실대출이 커지면서 재무건전성 악화를 겪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9.44%를 기록했다. 2014년 말 10.5%보다 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 비율이 8%까지 내려가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정부로부터 1조 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받아 위기를 넘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은 수출입은행장으로 재임하면서 낙하산 논란을 불렀으며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했다”며 “산업은행 회장이 되면 비슷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국정감사에서 도덕성 논란도 제기됐다.
이 행장은 2014년 3월 취임한 뒤 지난해 10월까지 해외출장을 18차례 다녀왔다. 동행한 임직원만 전체 101명이며 해외출장 비용은 9억9248만 원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이 이 기간에 쓴 해외출장경비 가운데 23.3%를 이 행장의 출장에 사용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부실여신으로 어려움을 겪던 수출입은행 임직원이 이 행장의 해외출장에 과도한 의전을 한 것은 국책은행의 품격을 저버린 행위”라며 “과도한 의전을 막지 않은 이 행장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