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뒤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 선거캠프를 찾아 캠프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수 만에 본선에 올랐으나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는 데 실패했다.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떠안기 어려운 만큼 1년 동안 절치부심해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7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는 11시5분 현재 37.9% 득표율에 그쳐 낙선이 유력하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는 37.7%에 머물렀다.
박 후보는 선거기간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화력을 집중했다. 오 후보가 대응을 하며 말을 바꿔나가자 거짓말 프레임을 시도했으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박 후보는 배우자 명의로 도쿄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 외에 20대의 낮은 지지율을 놓고 "20대의 역사적 경험치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하거나 통번역대학원생에게 인공지능(AI) 번역 일자리를 추천하는 등 말실수도 없지 않았다.
다만 이번 선거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문과 이에 따른 부재로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작부터 여당 후보는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민주당이 재보선 원인을 제공할 때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서울시장후보를 내 선거정국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여당을 향한 불편한 시각이 많았다.
그럼에도 박영선 후보의 초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여성후보로서 지닌 강점과 기자 출신 4선 의원으로서 인지도와 안정감, 여기에 직전까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내며 거둔 성과 등이 평가를 받으면서 유력한 서울시장후보로 부상했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권 유력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가상양자대결을 승리하는 등 여당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덕분에 당내 경선에서 70% 가까운 높은 득표율로 우상호 의원을 꺾고 서울시장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 역시 차례로 승리했다. 야권의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좀처럼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여권 단일후보를 확정했다.
야권이 단일화 힘겨루기와 정권심판론에 집중하는 가운데 ‘21분 도시’라는 비교적 선명한 공약을 제시하며 정책선거를 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정부여당 부동산정책을 향한 불만이 폭발했다.
박 후보는 특검을 제안하고 오 후보와 TV토론에서 “정부 부동산정책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박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전 마지막 조사에서 오 후보에 15~20%포인트가량 뒤지는 지지율을 나타내며 사실상 패배가 예견됐다.
박 후보는 당분간 패배의 충격에서 몸을 추스르면서 향후 거취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결과를 온전히 박 후보의 책임으로 묻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박 후보의 정치인생이 여기서 끝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1년 뒤 서울시장선거 재도전이 가장 유력한 진로로 꼽힌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조직과 전략을 재구축하기에 유리한 점이 많다.
더욱이 박 후보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오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한 성과가 1년 후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오 후보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 관련 고발사건을 놓고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오 후보가 수사와 재판 등 사법 리스크를 안게 되면 야당의 정치적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박 후보의 재도전 결과가 이번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박 후보와 경선을 치른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박주민 의원, 민병두 전 의원 등 서울시장에 뜻이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박 후보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후보가 입법부와 행정부 양쪽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이전보다 큰 자리로 나아갈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하거나 이전보다 서열이 높은 부처 장관으로 입각할 수도 있다.
박 후보는 196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경희대 지리학과와 서강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MBC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했고 서울구로을 지역구로 18~20대 의원을 지냈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다.
19대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