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복수노조체제로 전환되면서 노사갈등이 아닌 ‘노노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임금인상 및 정규직 전환문제를 놓고 노사갈등이 해결되자 이번에는 평사원협의회 노조 설립을 놓고 다양한 양상으로 노조 사이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 노조와 삼성화재 노조 사이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조합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복수노조 사업장의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조를 결정해야 한다. 단일화를 하지 못할 때에는 과반수 노조에 교섭권이 주어진다.
삼성화재에는 현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삼성화재 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금속일반노조 삼성화재지회, 평사원협의회 노조 등 3개 노조가 있다.
평사원협의회 노조의 과반노조 달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기존 삼성화재 노조가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어 평사원협의회 노조로서도 과반노조 달성을 장담할 수만은 없게 됐다.
현재 평사원협의회 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1900명, 삼성화재 노조는 1천 명가량이다.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설립 과정에서 3천 명이 넘는 직원들이 노조 전환에 동의한 만큼 조합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기존 삼성화재 노동조합이 직원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는 노동조합 운영이 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라며 “대표 교섭권을 쥐게 될 노조의 선택은 직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화재 직원 수는 약 5800명이다.
삼성화재 노조도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전환 과정에서 조합원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삼성화재 노조의 조합원 수는 평사원협의회 노조 전환이 본격화하기 전인 3월 중순까지만 해도 600여 명 수준이었다.
삼성화재 노조는 “삼성화재가 자주적 노조 설립을 막다가 노조가 설립되고 나서 평사원협의회를 친회사 노조로 전환한 것”이라며 “어용단체인 평사원협의회가 노조로 이름을 바꾸는 행태에 반발한 직원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평사원협의회 노조가 노조원 과반수 달성에 실패한다면 조합원 비율에 따라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게 되므로 삼성화재 노조로서도 조합원 확보가 중요하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는 삼성그룹의 무노조원칙에 따라 1987년 노조설립 대신 임금·단체 협상 권리를 인정받아 출범한 조직이다.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설립 과정에서부터 삼성화재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삼성화재 노조는 평사원협의회가 노조 전환을 추진하자 3월26일 노동청에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과 홍광흠 평사원협의회 노조 회장을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 혐의로 고소했다.
삼성화재 노조는 노동청에 ‘노조의 필수요건인 간부들의 자주성이 결여된 조직’이라며 노조 설립을 놓고 이의제기도 신청했다.
평사원협의회 노조도 3월31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삼성화재와 삼성화재 노조를 고소했다.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삼성화재 노조가 3월25일 산별노조 설립을 통해 평사원협의회 노조의 교섭권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설립 신청 뒤 3~4일이면 신고필증이 나오는데 발급이 지연되는 것을 놓고 삼성화재 노조가 '노조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평사원협의회의는 3월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신고서 제출 4일 뒤인 26일 노동청의 보완요구를 받았다.
금속일반노조 삼성화재지회가 25일 설립되면서 삼성화재 노조와 금속일반노조의 교섭 창구단일화 시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속일반노조 삼성화재지회는 별도 필증이 필요 없는 금속노련 산하 지부다.
4월2일까지 평사원협의회 노조가 신고필증을 받지 못하고 삼성화재 노조와 금속일반노조의 창구단일화 및 단체협상이 성사되면 평사원협의회는 노조설립을 하더라도 2년 동안 임금단체협상을 할 수 없었다.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1일 신고필증을 받았다.
삼성화재 이외에도 손해보험사 가운데 한화손해보험이 복수노조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노조의 조합원 수가 비슷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노조 사이 갈등이 큰 편으로 알려졌다.
같은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도 복수노조체제로 이뤄져있다. 다만 과반노조가 설립돼 대표 교섭권을 확보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