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문 기자 question@businesspost.co.kr2021-04-04 16: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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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시장이 치열해지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경쟁입찰까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 재건축시장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분간 리모델링시장의 건설사 사이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한강 주변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을 원하는 단지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올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SK건설을 뺀 모든 건설사들이 뛰어드는 등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KCC건설 등 중견건설사들 역시 리모델링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은 2.4주택공급 확대정책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참여하지 않는 민간 재건축시장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2년 실거주요건 등으로 기존 아파트단지들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은 적더라도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리모델링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3월 기준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조합 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61개 단지, 4만4915가구 규모로 2019년 12월 37개 단지(2만3935가구)였던 것보다 65% 급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시장 규모가 2020년 17조2900억 원에서 2025년 23조3200억 원, 2030년 30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2020년 9월 내놓은 '건축물 리모델링시장의 전망과 정책과제'에서 "2018년 기준 전체 아파트 가운데 40% 정도가 20년 이상 된 단지"라며 "1980∼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아파트들이 준공 30년이 넘어가면서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은 그동안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에서 주로 활동했으나 이제는 대부분 리모델링시장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존에는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만 리모델링시장에서 주로 활동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사업은 뼈대를 유지한 채 새로 건물을 올려야하는 만큼 공사가 복잡해 수익성이 다른 도시정비사업보다 좋지는 않다"면서도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몇몇 단지에서는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남산타운 리모델링사업은 5150세대 규모, 공사비 9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자마자 GS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현수막을 걸면서 관심을 내비쳤다.
지방 최초 리모델링 추진단지인 대구 수성구 ‘범어우방청솔맨션’은 3일 조합설립 총회를 진행했는데 GS건설과 포스코건설 등 대형사들이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시 첫 리모델링이자 7374가구로 최대 규모인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는 2020년 리모델링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했는데 대규모 리모델링사업인 만큼 시공권을 두고 대형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분기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경쟁 심화로 시장이 과열될 것을 우려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례가 늘기도 했다.
서울 송파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사업은 공사비 7천억 원 규모로 2064가구를 2373가구로 증축하는데 1일 오후 3시 입찰 마감 직전에 포스코건설이 입찰을 포기하고 쌍용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