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1-04-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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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진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 코오롱FnC 대표이사 사장이 화장품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유 사장은 주력사업인 아웃도어의 매출이 지속해서 줄어드는 데다 코로나19 타격이 큰 만큼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절실하다.
▲ 유석진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 코오롱FnC 대표이사 사장.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인 코오롱FnC가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를 다시 론칭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2019년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를 선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1년 만에 엠퀴리 운영을 잠정중단했다.
하지만 화장품산업의 시장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포기하기에는 아깝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사장은 2020년 9월 선보인 1020세대를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와 함께 투트랙 전략으로 화장품사업을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라이크와이즈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프리미엄제품군인 엠퀴리로 고급화장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엠퀴리는 예정대로 4월에 재론칭을 할 것이다”며 “현재 제품군이나 가격대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가격대비성능(가성비) 좋은 라이크와이즈와는 차별화된 브랜드일 것이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성장세가 악화되고 있는 패션사업을 대신해 화장품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내에서 산업자재부문, 화학부문은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코오롱FnC는 최근 몇 년 동안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코오롱FnC의 매출은 2013년 1조 3147억 원에서 2017년 1조 967억 원, 2020년 8680억 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영업손실 107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을 했다.
코오롱FnC 매출 감소의 원인은 주력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부진 탓이다. 코오롱스포츠는 국내 아웃도어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데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사업은 최근 패션회사들의 새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회사로 출발했지만 화장품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지금은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화장품에서 거두고 있다. LF는 2019년 화장품사업을 시작했고 한섬도 올해 상반기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패션회사들이 화장품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패션사업만으로는 지속성장이 쉽지 않은데 패션과 화장품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패션과 화장품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 개발능력과 생산 노하우 등 핵심요소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오롱FnC는 자금력을 활용한 마케팅 역량, 브랜드사업에서 유통 노하우, 패션사업에서 축적된 소비 트렌드 적중력이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오롱FnC의 화장품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화장품산업의 트랜드 변화가 패션보다 빠르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패션은 일반적으로 5년을 주기로 트랜드가 변화하는데 화장품산업은 훨씬 유행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국내에도 생겼다가 몇 년 뒤 사라지는 화장품 브랜드는 부지기수다.
또 치열한 경쟁 탓에 국내 화장품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LF만 해도 2019년 화장품시장에 진출했으나 아직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않을 만큼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는 15조~16조 원 수준에서 머물러 소비자 기반이 약하다”며 “결국 수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중국은 글로벌 명품과 현지 중저가제품의 비중이 높아 일부 국내 명품 브랜드 외에는 진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