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경선 결과를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 조사업체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입소스가 KBS, MBC, SBS 지상파 방송3사 의뢰를 받아 20~21일 이틀 동안 서울에 사는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후보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후보 적합도에서 오 후보는 34.4%, 안 후보는 34.3%, 후보 경쟁력에서 오 후보는 39.0%, 안 후보는 37.3%로 각각 집계됐다.
오차범위(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는 ±3.1%포인트) 안 근소한 차이로 실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른 여론조사들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조사 내용과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두 후보가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의 '사소한' 조항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도 작은 차이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각 캠프의 자체 판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두 후보는 계속된 신경전 끝에 21일 경선일정과 여론조사 방식을 최종 합의했다. 22~23일 이틀의 여론조사를 거쳐 늦어도 24일 단일 후보를 발표한다.
두 후보가 최종적으로 합의한 여론조사 방식은 서로 유리한 내용과 불리한 내용을 주고 받으며 결론을 낸 것을 평가된다.
애초 여론조사 문항으로 오 후보는 '적합도'를, 안 후보는 '경쟁력'을 묻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두 후보의 합의에 따라 적합도와 경쟁력 문항을 각각 50%씩 반영해 질문하기로 했다.
여론 조사기관도 두 곳을 선정해 각 기관마다 1600명씩 조사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두 기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추출한 안심번호를 사용해 응답자를 접촉하며 적합도에서 800명, 경쟁력에서 800명씩 조사하게 된다.
당초 오 후보와 국민의힘 쪽은 유선전화 조사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안 후보의 바람대로 무선전화 100%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오 후보 쪽 의견도 존중해 휴일이 아닌 평일 22~23일 여론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유선전화 반영 여부나 조사시점은 특정 연령이나 직업 등이 여론조사에 얼마만큼 반영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테면 보수성향 비중이 많은 고연령층 가운데 집전화 사용비율이 높고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유선전화 비율이 늘면 상대적으로 보수성향 지지층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업계에서는 유선전화 비율 10% 반영 여부가 결과의 2~3%포인트 정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지금의 살얼음판 대결구도에서는 유선전화 비율이 당락을 가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평일에만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회사에서 일하는 20~40대 회사원의 응답률이 떨어져 노년층, 자영업자 등의 응답율이 높아져 결과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고연령층과 보수 지지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오 후보와 젊은 연령층과 중도 지지층에서 우세한 안 후보 사이 첨예한 의견 대립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후보는 상승세를, 안철수 후보는 무선전화 조사방식을 믿는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오세훈 후보가 몇몇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박빙 승부가 점쳐졌던 후보 단일화 과정에는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깊었다.
대표적 사례가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다. 당시도 지금처럼 여론조사 문항으로 적합도와 경쟁력 가운데 어떤 것을 채택할지를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적합도를,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경쟁력을 주장했다. 두 후보 사이 팽팽한 신경전이 있었지만 결국 노 후보가 양보를 하며 막판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리서치앤리서치에서 노무현 46.8%, 정몽준 42.2%으로 집계돼 노 후보가 승리했다.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다른 기관의 결과는 무효처리됐지만 여기서도 노무현 38.8%, 정몽준 37.0%로 노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약간 앞섰다.
비록 노 후보가 손해를 감수했지만 막판에 양보하는 도량을 보여준 게 되레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져 단일화 경선과 최종 본선에서도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대 대선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의 핵심쟁점이 됐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적합도를,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경쟁력을 주장했다. 이때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 실무협상이 진행되던 가운데 안 후보가 전격 후보 사퇴를 선언하며 여론조사 없이 문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안 후보가 일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는 모양이 된 데다 그 뒤 문 후보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 문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본선 대결에서 큰 힘이 돼 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역대 사례들을 살펴볼 때 단일화 당시의 분위기와 당의 조직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나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모두 결국 지지도 상승세를 탔던 제도권 정당 후보가 인지도는 높지만 지지기반이 부족한 후보를 이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장이었던 정 후보는 16대 대선 직전 열린 2002년 서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까지 진출하며 인기가 급상승했고 안 후보는 18대 대선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모양을 보이며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둘 다 단일화 상대보다 비교적 미약한 정치적 지지기반 위에서 대통령선거 도전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막상 단일화 국면이 진행되자 기존 제도권 정당 후보가 선전하기 시작했고 결국 후보 자리도 큰 정당의 후보에게 돌아갔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