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주택사업에서 최고가 공동주택 시공사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호텔부지에 세운 최고급 공동주택으로 실적 확대는 물론이고 주택사업에서 상징성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고가 공동주택 건설을 위해 서울 지역의 호텔 매입을 더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16일 공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최고가 공동주택은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호텔 자리에 지난해 8월 준공한 ‘더펜트하우스청담’이다.
더펜트하우스청담은 올해 공시가격이 163억2천만 원에 이른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15년 동안 지켰던 서울 강남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72억9800만 원)와 최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70억100만 원)을 크게 넘어섰다.
윤 내정자는 최고가 공동주택 시공사라는 타이틀을 확보함으로써 주택브랜드 경쟁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급 공동주택 시공경험은 최근 치열해지고 있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주택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대우건설은 올해 1월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한남더힐의 시공경험을 내세우며 단지 이름도 ‘써밋더힐’을 제안해 일찌감치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런 점을 살펴보면 윤 내정자가 주택사업본부장 시절부터 최고급 공동주택 시공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이 실적뿐만 아니라 주택브랜드 고급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현대건설은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서빙고동 ‘아페르한강’ 등 다른 최고급 공동주택 시공도 맡고 있다.
윤 내정자가 최고급 공동주택사업으로 주택브랜드를 고급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추가로 서울 호텔을 사들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서울에서 많은 호텔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데 호텔은 대부분 도심 핵심입지에 있어 최고급 공동주택으로 개발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시내 호텔 가격은 최근이 바닥으로 평가된다”며 “호텔을 허물고 주택개발을 염두에 둔 곳이라면 매입에 나서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물로 여겨지는 호텔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3성급이 많지만 일부 호텔은 현대건설이 최고급 공동주택을 지을 만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은 최고급 공동주택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서울역 맞은편의 남산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대지면적이 1만8700㎡, 연면적이 8만 ㎡에 이르러 상당한 규모의 주거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아직 밀레니엄힐튼호텔의 잠재적 매수자로 이름이 오르내리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매수하지 않더라도 시공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윤 내정자로서는 개발사업에 참여할 다양한 방안이 열려있는 셈이다.
윤 내정자는 지난해 연말 대표이사에 내정된 뒤 호텔 인수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부동산개발회사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 서울 용산구 크라운호텔 등 2개 호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건설은 2개 호텔 인수전에서 모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무난히 인수를 마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크라운호텔은 최근 인수조건 등을 놓고 재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크라운호텔 인수는 협상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며 “이밖에 다른 호텔 매입 등은 내부적으로 활발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