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노조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장기화에 따라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현대제철의 핵심 공장인 당진에서 노조가 ‘게릴라성’ 부분 파업을 진행하면서 생산차질이 이어지고 있는데 파업이 장기화하면 올해 실적 회복 기대감도 자칫 꺾일 수 있다.
15일 현대제철 당진지회에 따르면 회사가 노조의 부분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인력을 가동하고 있지만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철소의 핵심인 고로(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곳)는 법에 따라 파업을 할 수 없는 공정이어서 조업이 중단되지 않는다.
다만 제철소 특성상 연속공정이 이뤄져야 해 현대제철 노조의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로가 있는 제철소는 쇳물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용광로를 멈출 수 없다.
공장 사정에 따라 쇳물 생산량을 조절할 수는 있으나 노조가 부분파업을 통해 일부 공정만 불시에 멈추고 있어 쇳물 생산량 조정을 하기에도 쉽지 않다.
노조는 임단협 장기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교대 4시간 전에 파업 공정을 선택해 회사로서는 파업에 즉각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노동조합 소속이 아닌 관리직 인원을 포함한 대체인력을 통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자동화가 덜 된 공장에서는 숙련공이 빠진 탓에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에 따르면 당진 공장에서 파업으로 쇳물을 가공한 뒤 중간제품 단계인 슬라브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노조 관계자는 “현재 야적장 등에 슬라브 재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는 공장에서 완제품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자동화가 덜 된 열연과 후판 등 제품은 파업을 할 때 공장 가동이 힘들어져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사장으로서는 올해 현대제철에서 수익성 강화를 강조해왔는데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일정부분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제철은 철강제품 등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올해 수익성을 강화할 환경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정작 생산량을 늘리는 문제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9조9590억 원, 영업이익 6865억 원, 순이익 2991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보다 매출은 10.74%, 영업이익은 840.4% 증가하고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현재 진행하는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이 현대제철에 우호적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격적으로 유통단가 인상에 성공하면서 2021년 1분기부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안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는 규모의 성장에 치중했던 관성을 청산하고 ‘수익성 중심의 견고한 철강사’라는 기업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산차질이 장기화된다면 팔 제품이 부족할 수 있어 수익성 강화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더구나 노조와 2020년 임단협을 놓고 해가 바뀌어도 개별 조건에서 합의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업이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현대제철 노사가 통상임금 항목 문제와 관련한 협상과 관련해서도 시각차가 큰 점도 파업 장기화의 가능성을 높인다.
회사는 2020년 임단협 이전에 통상임금을 먼저 처리하자는 태도지만 5개 노조 가운데 가장 큰 현대제철 당진지회는 임단협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당진지회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상태라 통상임금을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사가 잘 합의해서 임단협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만 실적을 회복하고 있는 시점에서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