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출발해 뉴저지로 향하던 보잉 737-MAX8 항공기가 기계적 결함을 이유로 비상착륙했다.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보잉 737-MAX8 항공기가 연속으로 추락한 지 1년, 2020년 12월 미국에서 보잉 737-MAX8 항공기의 운항 중단을 해제한 지 약 3개월 만에 발생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보잉 737-MAX8 항공기의 운항 금지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보잉과 737-MAX8 도입 계약을 맺어놓은 상태인 데다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운항이 재개된 만큼 우리나라도 올해 안으로 이 항공기의 운항을 다시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
보잉 737-MAX8 항공기가 우리나라에서 다시 운항이 시작된다면 과연 안심하고 탈 수 있을지와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잉 737-MAX8 항공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이 항공기가 왜 운항금지됐는지 알아야 한다.
보잉 737-MAX8 항공기 사고의 시작은 에어버스와 보잉의 치열한 경쟁에서 시작됐다.
에어버스는 2016년 A320모델을 업그레이드한 A320-NEO기종을 시장에 선보였다.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새로운 엔진이었다. 이 새로운 엔진은 예전 기종에 탑재된 엔진보다 크기는 컸지만 연료효율은 15% 향상됐으며 항속거리 역시 700km 늘어났다.
A320-NEO 기종은 협동체(좁은동체 비행기)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나갔다. 보잉은 이 기종에 대응하기 위해 똑같은 협동체 기종인 737기종을 선택했다.
하지만 보잉 737기종에 새로운 엔진을 부착하는 과정에서 치명적 문제가 발생했다. 보잉 737기종이 A320 기종보다 동체가 낮다는 것이었다.
설계를 바꿀 시간이 없었던 보잉은 엔진을 기존 장착 위치보다 약간 위에 부착하는 방법으로 여유 공간을 만들었다.
엔진을 기존 장착 위치보다 위에 부착하는 방법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비행기 앞부분이 지나치게 들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비행기 앞부분이 지나치게 들려 받음각(비행기의 진행방향과 바람의 방향이 이루는 각도)이 일정 각도를 넘게 되면 비행기는 실속(Stall)상태에 빠져 추락하게 된다.
보잉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CAS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MCAS는 비행기의 받음각이 일정 이상을 넘게 되면 자동으로 기수를 내려주는 소프트웨어다.
보잉은 737-MAX8 항공기가 기존 737기종과 비슷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인 MCAS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많은 조종사는 2시간짜리 짧은 교육을 받고 보잉의 737-MAX8 항공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발생한 보잉 737-MAX8 항공기의 추락사고는 모두 이 소프트웨어가 오작동해 발생했다. 비행기의 받음각이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MCAS의 센서가 오작동해 기수를 강제로 아래로 내려 비행기가 추락한 것이다.
보잉은 MCAS 소프트웨어를 보완하고 조종사 매뉴얼 개선, 안전장치 강화 등의 조처를 하고 이제 737-MAX8 항공기가 다시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기종의 재운항을 결정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737-MAX8 항공기 추락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은 강력하게 이 항공기의 재운항을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잉과 대규모 737-MAX8 항공기 공급 계약을 맺은 대한항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물론 대한항공이 보잉에서 737-MAX8 항공기를 건네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운항시점은 빨라야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은 코로나19로 억눌려있던 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인 만큼 이 항공기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불안을 고려해 국내 항공사들이 737-MAX8 항공기를 운항하기 시작한다면 승객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의 항공사는 737-MAX8 항공기에 탑승하기로 돼 있는 승객들에게 항공 일정 변경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97년 괌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단 한 차례도 항공사고에 따른 인명피해를 내지 않은 항공사다. 737-MAX8 항공기와 관련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승객들의 불안을 해소해 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