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의 추가 자구안 제출, 쉰들러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 등으로 머리가 아픈 상황인데 올해 희망을 품었던 금강산 관광 재개도 요원한 형편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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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정부가 8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이 올해 기원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렸다.
금강산 관광은 올해로 8년째 막혀 있다. 현 회장은 올해도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현 회장은 신년사에서 “남북의 화해협력과 공동번영에 기여한다는 소임을 이어나가길 바란다”며 “현대그룹은 남북경협의 선구자로서 역사의 흐름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나가기 위해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현 회장은 “지난해 남북 당국의 8·25 합의 이후 민간교류가 늘고 이산가족 행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역사의 큰 흐름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지난해 남북 고위급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부풀었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현대아산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지원하며 대북사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결정되면 두 달 안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까지 193만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연간 영업이익은 사업이 중단되기 직전 해인 2007년 기준 134억 원으로 현대아산의 전체 영업이익 196억 원에서 7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입은 피해액은 현재까지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 회장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의 의미는 각별하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인 동시에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지켜낸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 회장이 현대그룹의 적통을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대외적 상징성도 크다.
현 회장은 올해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홀딩AG(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원에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최근 스위스 정부까지 쉰들러를 지원하고 나서면서 현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상선에 대한 추가 자구안도 제출해야 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1월 1조 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지만 산업은행으로부터 보완을 요구받았다. 현대상선은 1월 말까지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