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 취임 일성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산업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최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공회의소가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혁신기술사업분야 규제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함께 맡는다. 대한상의는 국내 4대 경제단체 가운데 하나로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정부의 경제정책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23일 서울상의는 의원총회를 통해 최 회장을 다음 회장으로 선출하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등 7명을 부회장으로 새롭게 선임했다.
서울상의 관계자는 “이전 서울상의 회장단에는 제조업분야 기업인들이 많았다”며 “정보통신산업분야 대표가 대거 회장단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회장과 상근부회장 1명, 부회장 23명으로 구성되는데 최 회장체제의 새로운 서울상의는 회장단의 30%가량을 정보통신(IT), 게임, 스타트업, 금융업계의 경영인으로 채웠다.
최 회장이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사회로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만큼 미래기술분야 기업활동의 토양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최 회장은 SK그룹 경영에서도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며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혁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 미래기술분야는 기술의 공유와 협력이 중요한 영역으로 꼽힐뿐 아니라 세계 각 국가가 기술우위를 놓고 다투고 있는 분야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 기업의 총수가 아닌 국가의 대표 경제단체 수장으로 각오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2019년 10월 SK ICT 테크 서밋에서 “정보통신기술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이런 환경에서 (기업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유 인프라를 통해 협력과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서울상의에 끌어온 부회장들의 면면을 봐도 앞으로 대한상의가 규제샌드박스제도 외에도 4차산업혁명 관련 업종 육성과 지원부분에서 적극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제도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재임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꼽은 역점사업이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서울상의 부회장에 새롭게 합류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2017년 9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장 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혁신 의료기기 규제완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데이터경제사업 육성 등을 앞장서 기획했다. 국가경제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샌드박스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해오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18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재임하는 동안 기업 규제와 관련한 법과 제도를 바꾸는 큰 물꼬를 바꾸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신기술이 태동하고 기존 사업도 융복합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시대 법으로 정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법제도 아래서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펼칠 수 없다"고 바라봤다.
박 회장은 “최 회장은 4차산업혁명에 가까운 업종에 있고 미래산업에 관해 나보다 잘 대변할 수 있는 식견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혁신분야 산업을 육성하고 기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산업환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로 재계에서 영향력이 크고 SK그룹의 바이오, 반도체, 소재 등 여러 사업분야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과 발맞추며 좋은 관계를 보여온 만큼 정부, 국회와 소통부분에서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의원은 2월 초 공개적으로 최 회장에게 당·정·청과 민간영역 모두가 참여해 기술 패권과 기술 경쟁력 확보방안을 논의하는 협력체계 구성에 나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3일 서울상의 대표 선출 뒤 인사말에서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맡은 것에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 고초가 있었고 무거운 중책을 맡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과 함께 경영환경과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구축해가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상의 대표 취임과 함께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됐다. 대한상의 의원총회는 3월24일 다음 회장을 공식적으로 선출한다. 국내 4대 기업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