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영권 매각작업이 불확실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올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동안 한화그룹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할 뜻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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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한화테크윈은 6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4%를 매각했다. 한화테크윈 보유지분은 10%에서 6%로 줄었다.
한화테크윈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팔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매각을 준비하고 있던 산업은행은 난처해졌다.
그동안 한화그룹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방산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데다 항공기부품을 제작하는 한화테크윈과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이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한화테크윈이 지난해 말에 보유하고 있던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처분해 4400억 원을 확보하자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하지만 한화테크윈은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항공기부품 사업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한화테크윈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처분은 인수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화테크윈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매각 결정은 사실상 인수 포기 의사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한화테크윈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매각은 유력한 인수후보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테크윈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를 포기하는 것은 단순히 인수후보 한곳이 없어진다는 의미가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한화그룹을 제외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할만한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봤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을 제외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시너지가 높은 국내 방산기업이 딱히 없다”며 “산업 특성상 매입주체 선정이 까다로워 산업은행 지분매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의 인수포기로 산업은행의 선택의 여지가 좁아졌다”며 “산업은행이 취할 전략은 지분 쪼개팔기 정도지만 장기 국책과제를 담당할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배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어 정부가 반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당분간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계속 보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우리나라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인 한국형전투기 체계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2017년 미국 고등훈련기(T-X) 사업 수주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자회사로 있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오래 끌어안고 있을수록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17년째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사례다. 산업은행은 여러 차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된 데 이어 지난해 관리부실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인수후보에서 한화그룹을 완전히 제외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화그룹이 한화테크윈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시장상황을 선제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매각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인수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권 매각이 추진되면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