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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신년인사회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경제활성화법 등 이른바 ‘쟁점법안’의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놓고 청와대와 정의화 국회의장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정 의장이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며 원색 비난하고 정 의장 측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따로 대응할 게 없다고 맞섰다.
발단은 정 의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 다녀온 뒤 기자들에게 “청와대에 ‘선거구 획정 문제와 경제법안 연계불가’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히면서부터 비롯됐다. 정 의장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이런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청와대는 정 의장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선거법과 경제법안을 연계해달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는데 정 의장이 우리 뜻을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본뜻은) 선거법에 앞서 이들 법안이 처리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혀 온 만큼 정 의장에게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입법부 수장이자 여권의 원로격인 정 의장을 향해 ‘의장직을 활용해 이미지 정치를 하는 느낌’ ‘경제난과 청년 일자리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는 등의 직설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정 의장을 정면 비난했다.
청와대와 정 의장은 12월에 경제법안 직권상정을 놓고 이미 한 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터라 청와대의 이날 비판은 정부와 입법부 간 두 번째 충돌로 비춰지고 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12월15일 정 의장을 방문해 경제법안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주문했고 정 의장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바 있다.
정 의장은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직접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의장은 청와대 측이 ‘선거법과 경제법안을 연계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렇다면 연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것(선거법과 민생법안을 연계하지 않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고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청와대의 원색적인 비난에 대해 “내가 거기에 대응할 게 뭐가 있느냐”며 말을 아꼈다.
그는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인다는 질문에 대해 “나는 누구하고도 화합하는 사람이지 대립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그 부분은 법이 안 되니 못하는 것인 만큼 억지로 할 수는 없다”고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 의장의 한 참모는 “정 의장이 아홉 차례나 회의를 열고 문제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는데도 이미지 정치라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다들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서로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들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4일 신년인사회에서도 박 대통령을 만나 “화(和)가 정치의 으뜸”이라며 직권 상정에 대한 거부뜻을 분명히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