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파나소닉의 전기차 배터리 동맹에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파나소닉이 합작 배터리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 계획을 보류한 데 이어 테슬라는 그동안 배터리를 독점 공급해온 파나소닉 외에 다른 공급사를 추가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면서 두 회사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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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
파나소닉이 최근 테슬라의 독점 배터리 공급사가 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파나소닉은 그동안 테슬라에 전기차용 2차전지를 독점 공급해왔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10월 테슬라와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2017년까지 배터리 셀 20억 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나아가 파나소닉과 테슬라는 올해 2월 대규모 합작 배터리공장 설립 계획을 세우면서 두 회사 간 배터리 동맹 관계는 더욱 견고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파나소닉은 애초 합작 배터리공장 설립에 필요한 투자금 50억 달러 중 상당부분을 부담하기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나소닉이 지난 4월 합작 배터리공장에 대한 투자계획을 돌연 보류하면서 두 회사 간 불협화음이 표출됐다. 당시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테슬라와 관계유지는 원하지만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은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파나소닉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합작 배터리공장 설립 난항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듯 “파나소닉으로부터 기가팩토리 합작공장 계약체결에 앞서 합의의사를 적은 의향서를 받았다”며 “올해 8억5천만 달러를 공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그러면서도 “파나소닉 외에 한 곳의 협력사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해 더 이상 파나소닉의 독점 공급체제가 유지되지 못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독점 공급사 지위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테슬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테슬라가 파나소닉의 요구사항을 수용한다면 합작 배터리공장 투자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두 회사간 동맹관계도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그러나 단일 회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에 테슬라가 파나소닉을 뜻을 들어줄지 불투명한 상태다.
두 회사 간 동맹에 균열이 생기자 삼성SDI가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계약을 연장하기에 앞서 유력한 배터리 공급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삼성SDI는 현재 세계 2차전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독점공급하고 있는 소형 원통형 배터리 부문에서 삼성SDI는 파나소닉에 이어 생산량 2위 회사다. 또한 최근 BMW의 전기차 i3에 배터리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기차용 배터리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파나소닉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일 뿐”이라며 “삼성SDI와 충분히 손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논의된 바 없다”며 “파나소닉이 합작공장 투자를 보류하면서 하나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뿐 아니라 LG화학도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사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이미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한 상태에서 합작공장 투자라는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공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제프 에번스 테슬라 부사장은 “삼성SDI, LG화학 등과 2차전지 공급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가 테슬라 공급자 자격을 얻기까지 몇 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