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실리콘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조직을 재편하며 반등을 노리던 차에 오너 리스크라는 난처한 상항에 놓였다.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에 차명회사와 친족회사, 친족사항 등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회사경영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9일 건설자재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CC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실리콘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 신사업을 계속 이끌고 가는 데는 오너인
정몽진 회장의 결정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 회장 고발은 KCC의 신사업 추진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더구나 신사업부문이 지금까지 KCC가 업력을 쌓아온 부문과 다른 실리콘사업이며 해외에 있는 기업을 인수한 만큼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도 많다.
정몽진 회장은 1월7일 KCC의 실리콘부문 계열사들을 모멘티브퍼포먼스머터리얼스(모멘티브) 아래로 모아 비용 최적화와 기술교류, 판매망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KCC는 2020년 3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 실리콘부문에서 매출 2조6990억 원, 영업손실 18억 원을 내며 부진하다.
KCC의 부채비율도 2020년 3분기 145%로 지난해 말 110.68%와 비교해 34.32%포인트 높아졌다.
정 회장은 '2020 KCC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성공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첨단소재기업'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실리콘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실리콘사업의 미래 전망이 밝다고 판단하고 실적 개선을 위해 수직계열화 등 조직을 개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정 회장은 차명회사 실바톤어쿠스틱스와 동주, 동주상사, 동주피앤지, 상상, 티앤케이정보, 대호포장, 세우실업, 주령금속, 퍼시픽콘트롤즈 등 친족회사를 대기업집단지정 자료에서 고의로 누락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됐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2016년~2017년 대기업집단 지정 관련 제출자료에서 차명소유 회사 1개, 친족 지분 100% 납품기업 9개, 친족 23명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누락 과정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약식기소했다.
공정위는 "누락된 회사 가운데 KCC와 내부거래가 상당한 곳이 7곳이나 있다"며 "KCC 구매부서 직원들이 이 회사들을 특수관계 협력업체 현황으로 별도 관리했고 관련 보고를 맡아 온 고위임원들도 해당기업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KCC는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피했고 계열사들은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도 받지 않았다.
일부 계열사는 신고 누락기간이 16년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관계자는 "당시 관련 사항을 잘 알지 못해 계열사로 포함하지 않았다가 공정위로부터 지적을 받은 뒤 관련 사항은 수정을 마쳤다"며 "회사 차원의 실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명자료를 통해 공정위에 계열사 누락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누락 등 잘못한 사항은 인정하고 있지만 고의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