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21-02-01 15:17:02
확대축소
공유하기
삼성전자가 7세대 낸드에서 경쟁사를 넘어선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품 출시가 가시화되면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취임 첫 해부터 낸드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기회를 잡게 된다.
▲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92단 7세대 낸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먼저 발표한 7세대 낸드의 176단을 뛰어넘는 층수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 7세대 V낸드 집적도는 시장 기대보다 높은 190단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원가 경쟁력에 기반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낸드는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다. 최근 스마트폰, 서버, 게임용 콘솔 등에서 낸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낸드는 쌓는 층수가 높을수록 낮은 가격에 용량이 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128단 6세대 낸드까지 양산하고 있다.
경쟁사가 이미 2020년 앞다퉈 176단 낸드를 공개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차세대 낸드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7세대 낸드의 적층단수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세대 제품에서 구조변경을 추진한다. 이전까지는 쌓아올린 층을 한번에 관통해 연결하는 ‘싱글스택’ 구조를 사용했으나 층수가 많아지면서 두번에 걸쳐 구멍을 뚫은 뒤 결합하는 ‘더블스택’ 구조가 도입된다.
100단이 넘는 층을 균일하게 단번에 관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은 5~6세대 제품부터 일찌감치 더블스택 구조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생산비용이 저렴한 싱글스택 구조를 128단까지 유지하면서 가격과 성능에서 우위를 유지해왔다.
삼성전자가 7세대부터 더블스택 도입으로 제조공정이 늘어나고 재료도 많이 투입되는 등 변화를 겪으면서 경쟁사보다 개발이 다소 늦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20년 11월 투자자포럼에서 7세대부터 더블스택 기술을 적용한다면서 이론상으로는 싱글스택의 2배인 256단까지 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적층단수는 소비자 수요와 시장 상황을 고려한 내부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7세대 낸드의 층수를 특정하지 않은 이상 다소 늦은 개발시기를 만회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층수를 쌓을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삼성전자는 싱글스택으로 128단까지 쌓아올린 기술력을 더블스택에도 적용해 7세대 낸드의 높이를 낮추고 제조비용을 절감하는 등 기술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월29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여전히 7세대 낸드의 층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싱글스택 노하우를 활용해 7세대 더블스택 제품도 탁월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높은 층수의 낸드 제품을 발표한다면 이번에 처음 메모리사업부를 이끌게 된 이정배 사장에게는 의미있는 성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의 양대 축 가운데 D램 분야에서는 독보적 지배력을 지녔지만 낸드 분야 경쟁력은 D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D램시장 점유율은 40%를 웃돌지만 낸드 시장 점유율은 30%대다. 최근에는 경쟁사 7세대 낸드 개발, 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년 사이 낸드 사업에서 번번이 경쟁사에 선수를 뺏기는 모습을 보였다. 3세대 48단 낸드 개발은 도시바가 먼저 발표했고 4세대 낸드는 삼성전자가 64단으로 먼저 개발했으나 SK하이닉스 등이 72단을 내놓으며 다소 색이 바랬다.
5세대 낸드 역시 경쟁사가 96단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92단으로 층수가 적었고 6세대 128단 낸드 개발 속도도 SK하이닉스에 뒤졌다. 삼성전자가 192단 7세대 낸드를 내놓는다면 오랜만에 경쟁사를 추월해 낸드 분야에서 시장의 기술주도권을 과시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D램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낸드사업 성과가 더욱 돋보일 수 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입사 후 D램설계팀 수석연구원, D램 설계팀장, D램 개발실장 등을 거쳤다.
삼성전자는 2020년 12월 이 사장을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선임하면서 “D램 분야 전문가”라면서도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메모리 모든 제품에서 경쟁사와 초격차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