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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
일본군 위안부 관련 협상이 25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에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한일 외교장관은 2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라며 “이런 관점에서 일본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기시다 외무상이 대독한 서한을 통해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사죄는 1993년 고노담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10억 엔 규모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 재단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 건강관리 및 요양, 간병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위안부 문제는 1991년 8월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증언이 나오면서 공론화돼 24년 동안 한일 외교에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었다.
아베 정부가 우경화하면서 위안부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11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BBC 등 외신들도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일제히 보도하며 양국 관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경련 등 재계도 양국 관계 정상화에 걸림돌로 남아있던 위안부 문제 타결 소식에 경제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 양국 합의안에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되며 논란도 예고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 단체들은 그동안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금’을 요구해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일본 정부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되를 받기 위해 말로 준 한국 정부의 외교 행태는 가히 굴욕적“이라며 비난했다.
이 단체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위안부 소녀상)를 한국정부가 철거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부끄럽고 실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범죄에 대해 국가적이고 법적인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책임을 이행해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는 것이 피해자들의 열망”이라며 “하지만 오늘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는 이런 바람을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46명이 생존해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 할머니들도 일본정부의 사죄에 진정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의안이) 많이 미흡하다”며 “일본 정부는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법적인 책임에 기초한 공식적인 사과도 보이지 않았으며, 배상도 그(법적인 책임)에 따른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 해결의 진전이 있었던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결과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든 아픔을 다 씻어줄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