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기업들이 너도나도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는 세계 PC온라인게임 시장의 최강자로 평가받는 미국의 ‘라이엇게임즈’의 지분 100%를 보유해 완전 자회사로 삼았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도 모바일 퍼즐게임 기업 ‘킹’을 사들이며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게임기업과 국내 게임기업들의 덩치 차이가 커지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국내 게임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적인 게임공룡과 맞붙을 ‘한국의 블리자드’는 언제쯤 탄생할까?
◆ 세계 게임시장 지각변동
중국에서 게임 퍼블리싱(유통)도 하는 텐센트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게임시장의 강자로 우뚝 설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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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화텅 텐센트 회장. |
텐센트의 지주회사인 텐센트홀딩스는 최근 미국 게임회사인 ‘라이엇게임즈’의 지분 7%를 매입하면서 라이엇게임즈의 지분 전량을 소유하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PC온라인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한 라이엇게임즈가 텐텐트의 품에 완전히 안긴 것이다.
텐센트는 중국 IT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에 올라 있는 회사다. ‘중국에서 텐센트를 통하지 않으면 게임사업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의 게임사업에서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에 경영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텐센트가 앞으로 라이엇게임즈를 앞세워 글로벌 게임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할 게 뻔하다.
북미 게임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가 모바일 퍼즐게임 시장의 세계적 강자인 ‘킹’을 59억 달러에 사들였다.
블리자드의 킹 인수는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블리자드는 예전부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나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을 전문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C온라인게임 시장의 강자인 블리자드가 킹을 앞세워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대형 게임회사들이 장르에 상관없이 게임회사를 인수해 덩치를 불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한국 게임기업, 덩치싸움에 맞설 준비 돼있나?
한국 게임기업들의 몸집 키우기는 다소 잠잠하다.넷마블게임즈가 7월에 1억3천만 달러를 들여 미국 모바일게임회사 SGN을 인수한 것이 규모 면에서 가장 클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이 미국 게임회사인 일렉트로닉아츠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2012년과 비교해 올해는 국내 게임업계에 인수합병과 관련한 큰 이슈가 없었다”며 “세계 게임시장이 공룡들의 덩치싸움 판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한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세계 게임업계에서 인수합병전이 활발하게 펼쳐질 경우 역량잇는 게임회사들이 매물로 나올 경우 몸값은 더욱 높아진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국내 게임회사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실력만 놓고 봐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에 조금씩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게임시장은 판이 작다 보니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시장에 나와 경쟁을 벌여 실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구 게임시장이 최근 몇년 동안 역할수행게임(RPG)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한국 게임시장에 나오는 게임은 천편일률적”이라며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명제보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기업들이 좌지우지 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판 블리자드는 탄생할 수 있을까?
한국 게임회사들은 최근 들어 해외진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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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
해외를 공략해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춰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컴투스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게임회사로 꼽힌다. 컴투스는 해외에 집중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실적이 지난해 연간실적을 뛰어넘었다.
넷마블게임즈도 올해 해외에서 거두는 매출의 규모를 전체매출의 25% 선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해외매출의 비중이 10% 포인트 이상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국내 게임회사들이 자본력이나 매출에서 블리자드나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강자가 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회사들이 세계 게임시장에서 인수합병에 성급히 나서 덩치를 키우는 데 급급하기보다 우선은 내실을 쌓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게임시장은 흥망성쇠가 심하다. 라이엇게임즈가 지금의 위치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때 세계 게임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의 세가(SEGA)나 코나미(KONAMI)가 지금처럼 위상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 사람도 드물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게임시장을 주름잡는 대형게임회사부터 한국 게임시장 전반의 발전을 위해 장르 다양화에 힘써야 한다”며 “국내 게임회사가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는 히트작을 내놓는다면 ‘한국의 블리자드’는 자동으로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