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KDB대우증권 인수에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가격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대우증권을 인수해 비은행사업을 강화하려는 꿈을 다시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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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윤 회장이 대우증권 인수금액을 결정하는 데 소극적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낮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은 2조1천억 원을, 미래에셋증권은 2조4천억 원을, 한국투자증권은 2조2천억 원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보다 자금력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더욱이 윤종규 회장도 대우증권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대우증권 노조도 KB금융을 지지했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전체적인 환경이 KB금융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던 셈이다. 그러나 막상 본입찰에서 KB금융은 소극적 인수금액을 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과감한 인수가격을 부른 반면 윤종규 회장은 KB금융 이사회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KB금융 이사회가 대우증권 인수가격을 보수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사회의 입김으로 그동안 인수전에서 실패한 경우가 많다.
어윤대 전 회장은 2013년 ING생명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중도에 포기했다. 임영록 전 회장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에 나섰으나 이사회에서 인수가격 상한선을 책정하는 바람에 NH농협금융지주에 밀렸다.
그러나 윤종규 회장이 스스로 대우증권 인수가격을 소극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우증권에 과도한 금액을 베팅할 경우 향후 KB금융이 짊어질 부담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투자금융(IB)업계의 한 관계자는 “KB금융 이사회는 대우증권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넓은 인수가격 범위를 결정하고 윤 회장에게 결정권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2일 한 인터뷰에서 “최대 10년까지 대우증권의 현금 흐름을 예상하고 KB금융의 여러 사업계획과 종합적으로 맞춰봤다”며 “대우증권 인수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시너지보다 위험 부담이 커질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향후 벌어질 현대증권 매각도 고려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무리를 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윤 회장은 대우증권 본입찰에 참가한 뒤 “앞으로도 증권사 인수합병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