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1-06 14: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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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대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시가총액 100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적 대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ESG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6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021년 ESG경영과 관련해 지난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활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1월 다른 SK그룹 계열사 7곳과 함께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전략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의미의 국제 캠페인을 말한다.
지난해 9월에는 CEO 직속으로 SK하이닉스 ESG 전담조직 ‘ESG태스크포스(TF)’이 설립되기도 했다.
ESG태스크포스는 SK하이닉스 ESG경영의 대내외 소통창구 역할을 하면서 ESG과제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올해부터 정규조직으로 전환된다.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임한 박정호 부회장은 신년 경영목표로 ESG를 강조한 만큼 RE100 등과 관련해 ESG태스크포스와 소통하며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4일 온라인으로 열린 SK텔레콤 신년 인사회에서 "인공지능(AI) 혁신과 ESG경영으로 사회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의 사랑을 받는 빅테크기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모회사라는 점을 놓고 보면 앞으로 SK하이닉스에도 이런 경영전략이 반영될 공산이 크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신년사로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ESG를 강화해 더욱 많은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부회장과 이 사장이 연초부터 ESG경영에 무게를 실은 이유는 SK하이닉스의 목표 중 하나인 시가총액 100조 원 달성이 가까워지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5일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95조43억 원을 보였다.
시가총액 100조 원은 단순히 기업가치가 개선됐다는 의미를 넘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못지않은 반도체기업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바로 다음 순위에 있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목표를 달성하는 데 멈추지 않고 ESG경영에 힘써 글로벌 대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인권·노동 분야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그 기업은 신뢰와 공감을 잃게 된다”며 “ESG경영은 단순히 착한 기업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SK그룹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매출,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줄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연계된 실적 및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SG경영이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높일 뿐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ESG경영은 최근 글로벌기업들이 사업파트너를 선정하는 데 중요한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고객사로 꼽히는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RE100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0(제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완제품 생산 과정은 물론 반도체 등 부품 공급망에서도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SK하이닉스, 대만 TSMC, 소니 등 협력사 71곳이 애플의 계획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같은 사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RE100에는 BMW, 페이스북, GM, 구글 등 대기업 24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