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은 패션 브랜드업체 한세엠케이 지분 50.77%를 한세예스24홀딩스에 258억 원에 매각했다고 28일 밝혔다. 한세엠케이는 TBJ, 버커루, NBA 등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세엠케이는 2019년 영업손실 239억 원을 냈고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손실 106억 원을 내며 적자 늪에 빠져있다.
이런 한세엠케이 매각은 한세실업의 수익성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누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세엠케이의 2016~2020년 평균 연매출은 3천억 원 수준으로 한세실업의 한세엠케이 매각에 따른 연결기준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적자 자회사 철수를 통한 수익성 개선은 뚜렷해져 2021년 한세실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4.3%, 158.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패션 브랜드사업 대신 마스크와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비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로 갭(GAP), 자라(ZARA), H&M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미국 인구의 30%가 한세실업이 만든 옷을 입는다는 말도 나온다.
한세실업은 2020년 코로나19로 의류산업 전체가 불황을 겪으며 타격을 입었는데 마스크,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비(PPE)시장에 진출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김 부회장은 2020년 초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동남아와 중남미 의류 생산라인의 일부를 개인보호장비 생산시설로 바꿨고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한세실업은 2020년 3분기 마스크와 방호복 생산으로 영업이익 130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세실업 3분기 전체 영업이익 504억 원에 25% 수준이다.
2021년에는 개인보호장비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한세실업은 2020년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개인보호장비공장을 세우고 생산을 시작했다.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은 매년 3600만 장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향후 월마트, 타깃 등 현지 대형유통업체와 거래를 확대하고 마스크에서 방호복, 글러브로 생산 품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1년 한세실업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직포 마스크 매출은 1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품군 확장에 따른 매출 증가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최근 본업인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의류업체들이 2021년 S/S(봄/여름)시즌을 대비해 물량을 확대하고 있어 한세실업의 공장 가동률 회복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또 마진에 유리한 수주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차남으로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의류업체인 아베크롬비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2년 LG유통에 입사해 일하다 2004년 한세실업에 경영지원팀 대리로 입사했다.
김 부회장은 2017년 한세실업 대표에 올랐는데 2019년까지만 해도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한세실업 직원의 이메일 계정을 사찰했다는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하며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승계구도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회장은 한세실업 모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 지분 20.76%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형인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과 동생인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이사는 한세예스24홀딩스 지분을 각각 25.95%, 5.19% 보유하고 있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부진했던 한세실업이 올해 실적 방어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김익환 부회장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며 “실적 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한세엠케이까지 모회사에 넘긴 만큼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