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이 사모펀드 HYK파트너스의 공격적 행보에 경영권이 위협받을 처지에 놓여 긴장하고 있다.
16일 한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HYK파트너스는 최근 한진에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이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했는데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자리와 함께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왼쪽)와 류경표 한진 대표이사.
현행법에 따르면 소수주주권 가운데 주주제안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전부터 0.5%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HYK파트너스가 한진 주식을 처음 취득한 시기는 10월15일이기 때문에 주주제안의 요건인 6개월의 보유기간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HYK파트너스의 요구는 강제성을 지니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한진의 정관이 최대주주인 한진칼과 특수관계인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진의 정관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상법개정안 ‘3%룰’이 이미 반영돼 있다.
한진의 정관 제32조의2에 따르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에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지닌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을 향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 또는 해임하려면 의결권을 행사할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소유하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합계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면 그 주주는 초과하는 주식에 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진의 정관에 따르면 감사위원의 선출에서 상대적으로 보유지분율이 낮은 쪽이 유리하게 된다.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의 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한진은 감사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해왔는데 한진 정관에는 감사위원의 3분의 2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2년부터 한진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맡아온 한강현 전 부장판사는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개정 상법에 따라 재연임이 불가하다.
2021년 3월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공석이 된 감사위원 자리와 사외이사 자리를 두고 표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진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는 1494만7628주다. 3%룰이 이미 반영돼 있는 한진의 정관에 맞춰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되면 361만1095주를 들고 있는 한진칼은 44만8429주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한진의 주주들의 지분을 계산해보면 한진칼(24.16%→4.7%), 조원태(0.03%→0.05%), 조현아(0.03%→0.04%), 조현민(0.03%→0.05%), 정석인하학원(3.18%→4.7%), 류경표(0.01%→0.01%), HYK1호펀드(9.79%→4.7%), GS홈쇼핑(6.62%→4.7%), 국민연금(6.38%→4.7%), 우리사주조합(3.98%→4.7%) 나머지 주주(45.8%→71.67%)로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HYK파트너스가 감사위원 선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지분 쪼개기를 하고 추가 지분을 확보해 각 법인 주주별 최대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예컨대 HYK파트너스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9.79%의 지분을 3%, 3%, 3%, 0.79%로 쪼개서 특수목적법인에 나눠주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지분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진으로서는 감사위원 선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진 주주명부 폐쇄는 연말 경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HYK파트너스는 그때까지 지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진 관계자는 “2018년 말 자산이 2조가 되면서 2019년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고 이른바 3%룰을 담은 정관을 만들게 됐다”며 “HYK파트너스와 관련해서는 주주제안을 접수했다는 것 외에는 알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