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금감원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비율을 문제 삼았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과 관련한 구체적 사유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소액주주들이 금감원을 향해 합병비율과 관련한 다수의 민원을 제기한 만큼 금감원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합병을 진행한 삼광클라스도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뒤 최종적으로 합병비율을 조정한 사례가 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들은 최대주주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주식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 주주친화와 반대되는 정책들을 의도적으로 썼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60%에 육박하는 자사주도 문제삼고 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가 자사주 58.4%를 보유한 상태에서 합병을 진행하면 일반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가치가 모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로 이전되는 만큼 자사주를 소각한 뒤 합병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지분을 보유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감원의 정정제출 요구 결정을 환영한다”며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을 진행하면 어떤 식으로든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반드시 자사주 소각 뒤 합병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가 60%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1주당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는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들은 현재 제시된 합병방식에 따르면 1주당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3.39주를 받는데 자사주를 소각하면 1주당 최소 8~9주는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받는 몫이 커지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인 조현범 사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017년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상장폐지를 추진하려다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도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이 늦어지면 이를 통해 신사업을 확대하려던 조 사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조 사장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 등과 관련한 형제간 지분 다툼 가능성과 개인 횡령 재판 등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에 오르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을 결정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기업집단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계열사로 자동차배터리사업 등 미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한국아트라스비엑스 로고.
시장에서는 조 사장이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통해 신사업을 확장하고 이후 계열분리까지 바라보는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으로 바라봤는데 합병이 늦춰지면 첫 단추부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셈이다.
조 사장은 앞으로 3개월 안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정정제출을 요구한 뒤 회사가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합병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아 현재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9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11일로 예정됐던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주주 확정일도 무기한 미뤄졌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결과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정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