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에 453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채권단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STX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어 지원방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11일 서울 STX조선해양 본사에서 열린 채권단회의에서 453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용도변경해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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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
채권단은 2013년 STX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운영자금 3조6800억 원, 손해배상비용 4600억 원, STX다롄 지급보증 3600억 원 등 모두 4조5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당시 결정된 지원 자금 가운데 아직 집행되지 않은 손해배상비용 4530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용도를 바꿔 STX조선해양에 지원하기로 제안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의 대출금리도 3~5%에서 1%로 인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에 지원하기로 했던 자금의 용도를 바꿨지만 채권단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위험금액(익스포저)가 지금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단이 추가적인 리스크를 늘리지 않고도 STX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STX조선해양 지원방안 안건을 채권단 전체회의에 넘기기로 했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STX조선해양 지원방안이 확정된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출자전환 2조 원을 포함해 모두 6조 원을 지원했다. 채권단이 산업은행의 이번 지원방안을 의결할 경우 지원자금은 6조5천억 원 규모로 불어난다.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은 STX조선해양 지원방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 이 은행들은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STX조선의 차입금 현황을 보면 9월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 2조1598억 원, NH농협은행 8012억 원, 수출입은행 7065억 원에 이른다. STX조선해양 전체 차입금의 75%가 넘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 계열사인 STX중공업 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행이 보유한 5조9천억 원 규모의 STX조선해양 채권과 2조5천억 원 규모의 관계사 채권 대부분을 손실로 껴안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산업은행의 STX조선해양 지원방안에 반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3787억 원, KEB하나은행은 1088억 원, 신한은행은 963억 원을 STX조선해양에 빌려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에 출자전환한 것을 제외하고도 약 4조 원을 지금까지 지원해 왔지만 여전히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조선업계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산업은행의 STX조선해양 지원방안을 의결하더라도 시중은행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 이 경우 찬성한 채권기관들이 지원방안에서 빠진 은행들의 몫까지 돈을 더 지원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NH농협은행, 수출입은행의 지분율이 높아 산업은행의 STX조선해양 지원방안이 채권단 전체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책은행 등은 시중은행들의 불참으로 자금부담이 더 커지는 것도 감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