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에 이어 메모리반도체업계에서 두번째로 176단 낸드를 공개하면서 초고층 낸드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낸드 단수가 높아지면 더 낮은 가격으로 용량이 큰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수율이 떨어지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SK하이닉스가 176단 낸드를 개발한 것은 그만큼 낸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석희 사장은 이번 176단 낸드 공개를 통해 낸드 사업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SK하이닉스의 176단 낸드는 2021년 상반기에 공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개발 사실을 공개하면서 경쟁사인 마이크론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 사장은 취임 첫 해인 2019년 6월 세계 최초로 128단 낸드를 개발하고 양산했다. 하지만 다음 단계인 176단 낸드 개발은 마이크론에게 최초 타이틀을 내 주고 말았다. 마이크론은 11월 기존 96단 낸드보다 칩 면적은 30% 작고 속도는 35% 빠른 176단 낸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업체보다 한 발 앞서나가면서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이날 곧바로 176단 개발을 발표하면서 마이크론과 동등한 경쟁선상에 섰다.
SK하이닉스가 앞서 128단 낸드를 공개할 때는 개발과 동시에 양산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산이 이뤄지기 전 고객에게 샘플이 전달된 단계에서 개발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에게 176단 낸드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이 사장의 의지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보다 먼저 176단 낸드 개발을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자체 소비자용 SSD 제품 ‘크루셜’에 일부 탑재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176단 낸드를 적용한 외부 고객 제품은 2021년에야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역시 176단 낸드를 탑재한 제품 출시는 2021년 중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 176단 낸드 양산 경쟁은 2021년에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낸드시장 최강자인 삼성전자 역시 2021년 176단 또는 192단 낸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신제품 낸드 제품 구조가 기존 싱글스택에서 더블스택으로 변경된다. 구조 변경에 수반되는 비용 증가와 수율 안정화 등을 고려하면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가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사장은 2019년말 D램사업과 낸드사업을 개발제조총괄 산하로 통합하고 낸드사업에서 솔루션 개발을 분리하는등 낸드 조직개편을 통한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사업은 예상보다 다소 늦은 2021년에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부가 제품인 176단 낸드 양산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실적 개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낸드부문은 2021년 하반기 176단 양산에 성공하면 약점을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176단 양산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시장 우려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시장 규모는 2020년 4318억GB에서 2024년 1조3662억GB까지 연평균 33.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이 낸드사업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이 사장은 낸드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도 진행하고 있다. 90억 달러(10조3천억 원) 규모로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거래다.
인텔은 낸드업계에서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트리플레벨셀(TLC)보다 진일보한 기술인 쿼드레벨셀(QLC)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1차 마무리하는 2021년 말 이후에는 176단 낸드 기술과 쿼드레벨셀 기술로 낸드 기술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사장은 11월4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128단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후 세대 제품도 순조롭게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128단 이상 제품과 인텔의 우수한 기업용 솔루션 기술을 접목하면 높은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