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차인 EQ900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잡으려면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넘어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0일 현대차에 따르면 EQ900에 대해 국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디자인 역량과 기술력이 집결된 만큼 좋은 차가 나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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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 EQ900 신차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미국의 자동차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제네시스 EQ900이 최고의 경험을 약속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제네시스 EQ900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차가 제네시스 EQ900의 우수한 안전성과 편안함, 성능을 내세워 글로벌 고급차시장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도 “제네시스 EQ900의 전체 크기와 무게 등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성능을 발휘한다”고 평가했다.
EQ900은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BMW의 7시리즈 등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60~70% 수준으로 책정돼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제네시스 EQ900의 가격은 7170만~1억1490만 원으로 책정됐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국내에서 1억2800만~2억6700만 원에 판매된다. 신형 BMW 7시리즈의 국내 판매가격도 1억3130만~1억9200만 원이다.
EQ900에 국산차 최초로 적용되는 신기술만 14개에 이른다. 현대차는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성능과 안전성, 정숙성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직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단정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순히 좋은 차를 넘어 명품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에쿠스와 차별화가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대차는 에쿠스를 출시할 때도 현대차가 보유한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내외관 디자인은 물론이고 소재 하나에도 꼼꼼하게 신경썼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EQ900을 내놓으며 기존 제네시스나 에쿠스 등 원래 있던 차의 이름과 엠블럼, 디자인 등을 일부 차용한 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지도 측면에서 초반에는 유리하지만 차별화에는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경쟁차종으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의 역사가 매우 길다는 점도 제네시스가 넘어야 할 장벽이다.
BMW는 1916년, 메르세데스-벤츠는 1926년 출범했다. 상대적으로 출범이 늦은 렉서스도 1989년 첫 차를 출시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최근 “현대차가 고급브랜드를 이끌어갈 능력과 의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제네시스가 오랜 기간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경쟁자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도 “현대차가 고급차시장에 진출한 것 자체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제네시스 EQ900이 출시 초반 순조롭게 안착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고급브랜드들이 80년 이상 축적해 놓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명차들이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점에서 제네시스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은 명차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