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가 증권계열사인 BNK투자증권을 대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연달아 실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외형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이 중소형증권사의 한계를 넘고 대형증권사로 도약해 투자금융(IB)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증권사 대표이사 경력만 14년에 이르는 증권 전문가 면모를 살려 투자금융부문 중심의 성장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 자기자본 규모가 내년에는 1조 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
BNK금융지주는 최근 BNK투자증권을 대상으로 내년 1월까지 2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기자본 규모를 9천억 원 수준까지 늘리는 방안을 의결했다.
내년에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하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는 만큼 BNK투자증권이 자기자본 1조 원을 넘는 대형증권사 반열에 포함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BNK투자증권 자본규모는
김지완 회장이 취임한 2017년까지만 해도 2천억 원 안팎에 그쳤다.
그러나 김 회장이 2018년에 2천억 원, 올해 1천억 원과 2천억 원, 내년 초 예정된 2천억 원까지 모두 4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빠르게 외형 성장이 이뤄졌다.
BNK금융 관계자는 “BNK투자증권 자본확충은 주로 투자금융부문사업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BNK투자증권이 그룹 차원 지원을 받아 자본력을 키워 투자금융부문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성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BNK금융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와 지역경제 상황 악화, 금리 인하와 대출규제 강화 등 영향을 받아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 등 은행계열사를 중심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3분기까지 BNK금융지주가 거둔 지배주주 순이익은 44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6% 줄었고 은행계열사가 낸 순이익은 4058억 원으로 약 22% 감소했다.
김 회장은 은행계열사에 BNK금융그룹의 실적 의존을 낮추는 일이 더 다급해진 상황에서 BNK투자증권을 주요 비은행계열사로 키워내 성장을 앞당기는 데 힘쓰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지방금융그룹 계열 증권사 특성상 고객기반과 영업망에 한계가 있어 단기간에 소매금융분야 사업을 키우기 쉽지 않다.
반면 투자금융부문은 자본력만 갖추면 단기간에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지방금융그룹 한계를 넘어 전국 또는 해외까지 영업범위를 넓히기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 회장이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여러 증권사 대표이사를 역임한 증권업계 베테랑이라는 점도 BNK투자증권 육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BNK금융그룹의 여러 비은행계열사 가운데 김 회장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과거 하나대투증권 대표를 맡을 때 하나IB증권과 통합 과정을 겪으면서 투자금융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
그만큼 BNK투자증권의 투자증권부문 성장을 자신해 그룹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회장은 2018년 말 BNK금융그룹 모든 계열사가 투자금융분야에서 힘을 합칠 수 있도록 그룹 차원 협업조직인 G-IB부문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KB증권 출신의 김병영 대표이사를 영입하고 BNK투자증권이 자기자본 1조 원, 연간 순이익 1천억 원에 이르는 우량 증권사로 도약하도록 힘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BNK투자증권과 투자금융부문 사업을 키우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셈이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BNK금융그룹의 재무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에도 BNK투자증권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지원을 꾸준히 확대했다.
그만큼 투자금융부문에서 성과를 조속히 거둬야 하는 과제도 중요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BNK투자증권은 그동안 자기자본 규모가 적어 영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력을 키우면서 수익성과 시장 지위를 모두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