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한국형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에서 또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주요 선진국의 포이즌필 법제 및 운영현황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형 포이즌필 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어 수단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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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최영익 넥서스 법률고문 변호사(가운데)가 7월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뒤 총회 장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자 측에서 특정 기업의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얻을 경우 그 기업의 이사회에서 다른 주주들에게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구경제연구원은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내 코스피 상장기업 730개 가운데 26개가 외국인 지분율 50%를 넘어선 사실을 들어 “국내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져 외국계 투기자본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설 때에도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포이즌빌 제도가 대주주의 사적인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대주주의 권한을 지나치게 보호해 독단적인 경영을 낳거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2009년 상법을 개정할 때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가 대주주의 남용 가능성을 우려해 도입 의사를 철회한 적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이즌필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주주들이 사실상 기업을 영구적으로 지배하면서 정상적인 인수합병까지 막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영권을 쥔 대주주가 포이즌필 제도를 악용할 경우 다른 주주들이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단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