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에게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임금체계의 변화를 금융개혁의 주요 과제로 꼽고 있다.
금융위의 바람과 달리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은 진척이 미약하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임금개편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노조와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노조는 부정적이다.
◆ 은행들 임금체계 개편에 온도차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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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한국SC은행의 경우 국내 최초로 신입행원을 대상으로 100% 연봉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채용되는 신입행원들은 직무에 따라 팀별·개인별 평가를 통해 매년 연봉 인상률이 정해진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경우 10%대인 성과급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은 연봉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자가진단 서비스 개선안을 마련해 연봉에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바가 없다”며 “자가진단 서비스의 경우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해 마련되는 것이며 임금에 반영되는 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일각에서 부서와 지점에 적용하던 성과제를 개인으로 확대해 임금에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NH농협지주에서 부서와 지점에 적용하던 성과제를 개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은 인사에 한정된 것이지 임금체계와는 관계가 없다”며 “임금체계 변화와 관련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노조의 동의 끌어내기 쉽지 않아
은행들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을 꺼내놓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IBK기업은행도 성과급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노조는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매우 의심스러우며 이것이야말로 관치금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0월에 영업지점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자가진단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5일 만에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금융권 노사가 4월 첫 산별교섭에 돌입했을 때에도 회사 측에서 호봉제 폐지를 협상테이블에 올렸다가 노조의 반감만 사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호봉제 폐지는 검토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한국SC은행도 2011년부터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했으나 신입행원에 한해 연봉제를 겨우 도입했다.
당시 리처드 힐 한국SC은행장은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구조가 되지 않으려면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며 연봉제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는 영국 런던으로 원정투쟁을 강행하는 등 반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