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상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속행공판 양형변론에서 특검은 “피고인들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과 다르게 수동적 뇌물공여 등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진지한 반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특검은 준법감시제도를 평가하는 양형 심리는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하며 단기간을 정해놓고 결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특검은 2007년 화이트칼라 범죄에 재판부가 관용적 판결을 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수용해 양형기준이 강화됐다며 SK그룹 오너 일가가 횡령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들었다.
특검은 “과거 재벌 오너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3·5법칙 양형기준을 이번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3·5법칙 적용은 피고인을 특권층으로 인정하는 위헌·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억 원을 횡령한 삼성물산 회계직원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한 점도 들었다. 이 부회장의 횡령액이 80억 원에 이르러 회계직원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으면 법치주의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등한 관계였다는 주장도 폈다.
특검은 “대통령과 삼성그룹 오너 사이 관계는 최고 정치권력자와 최고 경제권력자로서 대등한 지위”라며 “
이재용과 대통령 사이는 일방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윈윈의 대등한 관계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특검이 재판부와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특검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범행을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른 수동적 뇌물공여라고 오해할 수 있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수동적 뇌물공여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재판부가 한 이야기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부장판사가 “재판부는 사실만 얘기하고 평가를 한 적이 없는데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혹시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염려돼서 한 말”이라며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이날 공판에 직접 참석했다. 법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이 준법감시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평가를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