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암 SK스토아 대표이사가 데이터 플랫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성장 스토리'에 발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윤 대표는 빅데이터 바탕의 고객 분석으로 모바일에 버금가는 양방향 및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 윤석암 SK스토아 대표이사.
19일 SK스토아와 T커머스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T커머스기업들은 모바일쇼핑 플랫폼의 장점들을 어떻게 TV방송에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SK스토아 역시 다방면으로 새로운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SK스토아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2015년 SK브로드밴드에서 'B쇼핑'이라는 이름으로 TV커머스를 시작했고 케이블과 IPTV에서 여러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윤 대표는 18일 ‘SK스토아 온 비전’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TV는 굉장히 오래된 산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 때문에 T커머스 기업들도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전환시대에 TV가 한물 간 플랫폼이 아니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T커머스기업들이 보여줘야 한다고 봤다.
T커머스는 TV와 커머스를 결합한 단어다.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고 전화로 주문받는 홈쇼핑 형태로부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TV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T커머스기업들은 소비채널이 모바일로 옮겨가는 추세에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래 소비의 주력이 될 젊은층은 이미 쇼핑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영역에서 디지털화 및 개인화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다.
KT 계열의 K쇼핑은 최근 TV방송 화면 위쪽에 인터넷쇼핑몰처럼 분야별 판매방송 콘텐츠를 모아둔 ‘TV MCN’ 채널들을 배치했다. SK스토아도 이미 2019년 3월 TV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상품 영상을 직접 검색하거나 추천받을 수 있는 ‘SK스토아온’을 내놓았다.
하지만 윤 대표는 TV에 검색할 수 있는 콘텐츠를 올려놓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TV 방송 플랫폼 자체에서 모바일과 같은 소통이 이뤄지고 개인화도 가능한 디지털 딥체인지(근본적 혁신)을 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 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CJ홈쇼핑, GS홈쇼핑을 비롯한 기존 TV홈쇼핑기업들이 20여 년 넘게 역성장도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고 수익률도 다른 사업보다 높은데 시장에서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다”며 “어떤 회사는 그 회사의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시장가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TV라는 매체가 '디지털시대에 뒤떨어진 오래된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짚었다.
윤 대표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전환을 통해 이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스토아도 데이터 중심의 방송 운영을 통해 일방향 서비스인 TV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개인화된 추천과 목표 마케팅 등을 활용해 모바일이나 PC 플랫폼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모회사 SK텔레콤의 ICT 계열사 SK플래닛 등과 힘을 합쳐 시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방송 분석 프로그램 ‘SK스토아 온 비전’을 개발했다.
SK스토아 온 비전은 SK스토아가 확보한 2300만 가구의 시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송편성과 판매, 외부요인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객관적 지표를 보여준다.
윤 대표는 2017년 말 SK브로드밴드에서 독립한 SK스토아의 첫 수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어 오면서 가파른 실적 증가를 이뤄냈다.
모회사 SK텔레콤이 커머스, 미디어, 보안 등 비통신부문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SK스토아는 상장을 목표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스토아는 2017년 매출이 51억 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매출이 1961억 원으로 늘었다. 2019년 SK텔레콤 자회사로 편입된 뒤 1년 만에 매출과 취급고 기준 모두 국내 T커머스업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SK스토아는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T커머스업계 최초로 취급고가 1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