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다. 새 부대가 생기면 새 술을 담그고 싶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임박하면서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경영승계의 발판을 넓힌 만큼 사장단과 임원 인사에서 ‘젊은 피’ 수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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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은 12월1일 사장단 인사를, 4일 후속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인사는 예년처럼 ‘신상필벌’의 원칙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에도 12월1일 사장단 인사를 했다. 지난해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경영공백이 빚어진 첫 해였던 만큼 그 폭이 크지 않았다. 조직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 사정이 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얼굴’로 전면에 나섰고 그에 상응하는 사업재편 작업도 숨 가쁘게 진행됐다. 안정보다 변화를, 유지보다 쇄신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것이다.
올해 사장단 인사를 필두로 후속 임원인사를 통해 이재용 체제 삼성그룹의 윤곽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세대교체의 폭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48세다. 삼성그룹 사장단 가운데 60세 이상 일부 사장의 경우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의 발판을 어느 정도 구축한 만큼 인사에서도 코드가 맞는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어 하지 않겠느냐”며 “생물학적 나이가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일정정도 나이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령대와 성과를 놓고 승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인사로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꼽힌다. 최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에서 공로를 세웠다. 최 사장은 1957년 생으로 젊은 편인 데다 글로벌 경영감각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삼성전자 사장단 가운데 1960년대 생 50대 초중반은 홍원표(56)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전영현(56) 메모리사업부장, 김현석(55) VD사업부장, 김영기(54)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등 모두 4명이다.
삼성전자에서 60세 이상은 최지성(65) 미래전략실 부회장, 최외홍(64) 스포츠총괄 사장, 박근희(63) 삼성사회봉사단장 부회장, 박상진(63)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모두 10명이다.
세대교체 외에 삼성전자 신종균 IM부문 사장과 윤부근 CE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사장 등 핵심 3인방의 신상에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된다.
신 사장과 윤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일각에서 이 가운데 부회장 승진자가 나오거나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분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번 인사에서 일부 계열사 사장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실적부진 등의 이유로 경질 가능성이 제기된 전문경영인은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등이다.
오너 일가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진 등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오를지도 관심을 모았으나 올해 실현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점쳐진다.
미래전략실의 경우 최지성 부회장의 유임이 유력한 가운데 일부 부서의 통폐합을 통한 조직 슬림화가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내년 경영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이 높은 만큼 사장단의 대규모 승진잔치는커녕 임원규모 자체를 대폭 줄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