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019년 10월 내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인텔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인텔에서 일하며 핵심인재로 꼽혔다.
이번 인텔 낸드사업 인수도 이런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 사장과 인텔의 인연은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 사장은 1995년까지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서 반도체 기술연구원으로 근무하다 반도체소자에 관한 새로운 발견을 인정받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000년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같은 해 인텔에 입사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처음 맡았던 업무는 반도체 개발과 거리가 먼 단순한 시스템반도체 공정오류 분석이었다. 공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밤낮없이 현장으로 달려가야 해 고충이 컸다.
하지만 이 사장은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대신 맡은 일에 집중했다. 여러 날을 노력한 끝에 모든 장비를 분석함으로써 오류가 나는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매뉴얼로 만드는 성과를 냈다.
인텔은 이 사장의 능력을 인정하고 반도체 연구팀으로 배치했다. 이 사장은 32나노급 공정 개발 등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며 핵심 인재로 떠올랐다.
인텔이 이 사장을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는 이 사장이 인텔 내부 최고상인 ‘인텔 최고업적상’을 3차례나 받았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 상은 해마다 한 명에게만 주어진다.
이 사장은 인텔에서 성공한 비결을 두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인텔의 핵심 파트에서 일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부담감이 컸다”며 “그런 책임감 때문에 대충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이 사장은 인텔을 떠나 귀국했다.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었지만 나이 든 어머니를 모시겠다는 마음이 컸다. 당시 인텔은 6개월 이상 이 사장의 사직을 만류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인텔을 떠났지만 반도체산업에 관한 이 사장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이 사장은 한국에 돌아온 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부교수로 일하며 반도체 관련 연구를 진행하다 2013년 SK하이닉스에 영입됐다.
이후 이 사장은 미래기술원장, D램개발사업부문장, 사업총괄(COO) 등 여러 직책을 거친 끝에 2018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20일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서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인텔을 떠난 지 10여 년 만이었다.
이 사장은 “낸드플래시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사업부문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스완 CEO는 “이번 SK하이닉스와 결합을 통해 메모리 생태계를 성장시켜 고객, 파트너, 구성원 등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장은 이번 인수합병 이외에도 인텔과 협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6일 SK하이닉스가 출시한 DDR5 D램은 초기 설계자산 개념부터 표준사양 개발에 이르기까지 인텔과 협업을 통해 개발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