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가 도지사를 처음 맡은 2014년부터 제주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 계획을 세워 추진해온 만큼 제주도에서 시행했던 정책경험을 국정 비전에 녹여낸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경각심이 커지며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탄소 저감문제는 국내 대선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미국 대선에서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탄소조정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 지사는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해 탄소 없는 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정책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그린뉴딜 계획의 70% 이상을 제주도는 이미 달성했다”며 “제주도와 한국의 그린뉴딜 성과가 세계의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원 지사가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로 인정받으려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슈를 선점하고 그만의 정책 브랜드로 만드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정책을 제시해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대선주자로서 존재감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다른 대선 경쟁자들과 비교해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이 아직 낮은데 ‘원희룡 하면 떠오르는 원희룡표 정책’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원 지사는 1964년 태어나 비교적 젊지만 국회의원에 세 번, 도지사에 두 번 당선된 경험을 쌓았다. 보수진영 내 대표적 소장개혁파라는 이미지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원 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네 군데 여론 조사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다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원 지사는 1%의 응답을 받는 데 그쳤다.
22%의 지지을 받으며 공동 1위를 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물론 홍준표 무소속 의원(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 오세훈 전 서울시장(4%),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3%), 유승민 전 의원(2%) 등 야권 대선주자들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이번 조사는 8~10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고할 수 있다.
원 지사의 낮은 지지율은 전국적 인지도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낮은 탓이란 시선이 많다. 2014년부터 제주도지사를 지내면서 정치무대 중심에서 활동할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다.
원 지사가 다른 인물들에 앞서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히며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데는 대선주자로서 낮은 존재감을 극복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 지사의 정책 구상은 15일 마포포럼 강연에서 일정 부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마포포럼은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모임으로 보수진영의 재집권을 목표로 대선주자들의 비전을 공유하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모임에 참석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마포포럼에서 강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희룡 제주지사라든지,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와 대선에 관한 포부를 말할 것”이라며 “대선후보군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