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문제를 축소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금융정의연대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현지실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기판매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 배진교 정의당 의원.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이 채권을 할인매입한 뒤 지방정부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구조다.
배 의원이 입수한 삼일회계법인의 이탈리아 현지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설명서에 없는 ‘한남어드바이저스’라는 제3의 회사가 확인된다.
한남어드바이저스는 이탈리아 현지운용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 CBIM으로부터 수수료 약 4%를 받았다.
판매사인 하나은행의 수수료가 1.2%, 국내 자산운용사의 수수료가 0.16%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설명서에 없는 회사에 매우 높은 수수료가 지급된 것이다.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만기는 25~37개월이지만 6~7년 지나야 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들이 섞여 있었고 시장 할인율(15~25%)보다 높은 가격(평균 할인율 7~8%)으로 매입했다.
이탈리아 진료비 매출채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ESC그룹이 모니터링을 맡았지만 ESC그룹은 사실상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CBIM과 한남어드바이저스가 채권 매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의원은 “비정상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자의 손실이 전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불완전판매가 아닌 투자자를 기망한 사기판매 의혹이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하나은행이 3월 실사를 거친 뒤 펀드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고 운용상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지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채권비율이 60.3~99.9%에 이르는데 하나은행이 회수 불가능한 채권 비율을 낮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배 의원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판매의 성격이 짙다”며 “하나은행 직원이 펀드를 기획하고 판매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 종합검사에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를 둘러싼 의혹을 면밀하게 조사해야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