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한전의 전자투표제 도입은 시가총액 10위권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1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일 개최되는 이사회에 전자투표제 도입안이 상정된다. 이 안이 통과되면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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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한전은 지난해 본사를 전남 나주로 이전했는데 주총에 참석하기 어려운 소액주주들의 편의와 의결권 강화를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이르면 연말에 열리는 임시주총 때부터 전자투표제를 활용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이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다른 기업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제는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련 시스템을 관리ㆍ운영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모두 452개사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지난해 말까지 79곳에 불과했지만 정부가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를 유예해 주면서 최근 늘어났다.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대리 행사하는 제도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주권발행회사의 요청에 따라 주주총회에 참석한 의결권 행사 주식의 찬성ㆍ반대 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 제도는 올해 1월 폐지될 예정이었는데 주주총회 성립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상장사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사에 한해 2017년 말까지 3년 동안 폐지가 유예됐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미미하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모두 766개사 가운데 전자투표를 도입한 곳은 146개사(19%)에 불과하다. 모두 1112개 상장사 가운데 269개사(24%)가 이 제도를 도입한 코스닥과 비교해 적은 편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소액주주 의결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섀도보팅을 이용하기 위해 도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임출 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은 “전자투표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도가 아직 낮고 도입 기업 역시 대부분 섀도보팅 목적으로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며 “전자투표가 주주의결권을 확대하고 회사의 지속가능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1년 전자투표 도입을 검토했지만 보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 중소기업 위주로 운용되다 보니 대기업이 먼저 나서 도입하기를 꺼려했던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전력이 물꼬를 트면서 지방이전 공기업은 물론이고 과거 도입을 논의했던 삼성전자 등도 전자투표 도입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