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과 두산그룹이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에 성공했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공업 중심에서 유통으로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뤄내 유통공룡인 롯데그룹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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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은 국내 최대의 면세점인 소공점 수성에 성공했으나 롯데월드타워점은 두산에 넘겨줬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면세점사업을 ‘유통업의 삼성전자’처럼 만들려고 했으나 흔들리게 됐다.
이번에 SK네트웍스는 최대 패배자가 됐다. 워커힐면세점조차 내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관세청은 14일 충청남도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을 신세계그룹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빼앗겼다. 롯데그룹은 소공점을 지켜냈으나 월드타워점을 두산그룹의 두산타워에게 넘겨줬다.
신세계그룹은 부산 시내면세점에서도 패션그룹형지로부터 면세점 수성에 성공했다.
관세청은 이번에 면세점 평가기준으로 관리역량 30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 250점, 주변 환경요소 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 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150점 등으로 삼았다.
업계는 관세청이 이번 심사에서 이런 평가기준보다 면세점 독점 논란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면세점 독점을 놓고 정치권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특히 롯데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가라앉기보다는 소송으로 비화되는 등 격화되면서 독점 논란은 더욱 쟁점으로 부각됐다.
롯데그룹이 롯데월드점 수성에 실패한 것은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독점 논란이 거세지면서 발목이 잡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 시내면세점 사업이 관광 인프라라는 측면을 고려해 무게감을 지닌 신규 사업자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 시내면세점 사업을 키워 관광산업의 첨병으로 삼기 위해서는 그만한 능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 결과적으로 SK네트웍스가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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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SK네트웍스가 이번에 워커힐점을 지키고 새 시내면세점도 노렸지만 SK네트웍스에게 면세점 사업이 주력이 아닌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심사결과를 보면 평가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기보다 신규 사업자를 허용해 면세점시장에서 불고 있는 독과점과 정부 특혜기업 논란을 해소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면세점 심사를 놓고 앞으로 논란도 예상된다.
우선 이번에 시내면세점에 진출한 신세계그룹이나 두산그룹이 모두 명동과 동대문에 면세점 후보지를 내세우고 있어 기존 소공점 등과 함께 면세점이 한 곳에 몰려있어 교통혼잡이 예상된다.
지난번 신규 면세점 입찰 때도 서울시에서 교통대책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교통혼잡에 대해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또 시내면세점이 관광 인프라인 점을 고려할 때 롯데그룹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점이 사라지면서 서울 강남 일대의 면세점 인프라가 무너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관세청이 내년에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놓고 강남에 시내면세점을 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