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대림산업 분할을 통한 지주사 '디엘(가칭)' 출범 뒤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다음 수순으로 대림산업의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대림코레이션의 최대주주로서 핵심계열사 대림산업을 지배했는데 합병을 통해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높이려면 대림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를 더욱 키워야 한다.
11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 회장이 내년 지주회사 디엘 출범 뒤 디엘을 향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을 합병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림산업 분할 뒤에도 대림코퍼레이션이 보유한 지주사 디엘 지분비율은 변함이 없다"며 "최대주주의 디엘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의 합병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조윤호 DB투자증권 연구원도 "대림산업의 분할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다음 단계로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의 합병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해욱 회장은 현재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쥐고 있고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분 2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산업을 지배하고 있으나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더하더라도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23.1% 수준에 머문다.
대림코퍼레이션이 디엘 지분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대림산업 분할 이후 출범할 건설회사 '디엘이앤씨(가칭)' 지분을 디엘에 현물출자해 그 대가로 디엘의 지분을 받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를 통해 늘릴 수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의 디엘 지분율 상승분은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회장이 지주사체제에서 지배력을 안정적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대림코퍼레이션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부거래 비율을 줄이며 영업이익도 줄어들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내부거래 비율이 2017년 17.9%였으나 2018년 11.3%, 2019년 9.1%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17년 1358억 원에서 2018년 973억 원, 2019년 944억 원으로 감소했다.
비상장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는 8천억 원가량으로 추정되고 있고 분할 뒤 디엘의 시가총액은 1조4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의 합병에서 큰 폭의 지분 증가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절실하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석유화학 유통사업을 주로 펼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 아래 석유화학회사로 예정된 '디엘케미칼(가칭)'이 화학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디엘케미칼과 시너지를 낼 방안 등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의 합병과 관련해 "아직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대림산업은 12월4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2021년 1월1일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림산업은 지주회사 디엘과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디엘이앤씨로 인적분할 되는데 분할비율은 디엘이 44%, 디엘이앤씨가 56%다. 디엘은 석유화학회사 디엘케미칼을 물적분할한다.
디엘과 디엘이앤씨는 기존 대림산업 주주가 지분비율에 따라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서 보유하게 된다. 디엘은 디엘케미칼 주식의 100%를 보유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