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빚을 내 통신비를 지원해줄 것이 아니라 이통사가 통신요금 자체를 낮추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11일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 ‘생생경제’에 출연해 “통신기업들이 통신비를 높게 책정해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며 “통신비를 지급하기보다 통신기업들이 통신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정부의 통신비 지원 관련 글에 “나라가 통신비를 지원할 게 아니라 지금 이통사들이 과하게 받는 통신요금을 제재해야 한다”며 “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진짜 덜어주고 싶다면 이통사와 협의해 기본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시민·사회단체도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통신비 지급안을 발표한 10일 성명을 통해 “국내 통신시장은 이통3사의 독과점시장으로 이통3사가 해마다 3조 원이 넘는 안정적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원금액 전부를 정부 재정으로 지출할 것이 아니라 지원 금액의 최소한 절반은 이통3사가 고통분담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부담하고 자체적으로 감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에게 통신요금과 관련한 이슈는 오랫동안 따라붙어온 문제다.
하지만 이통3사가 최근 클라우드 게임 정식서비스 등을 시작하며 본격적 5G서비스시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신요금과 관련한 논란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통3사는 클라우드 게임 월정액서비스 등 5G서비스를 앞세워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정부와 여론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미 보편요금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이통사의 5G요금제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국민들이 공평, 저렴하게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정 요금으로 기본적 수준의 음성과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앞서 2019년 11월 이통3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통신비로 국민의 생활비 부담이 과중해지지 않도록 정부와 통신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는 데 힘쓰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통3사가 5G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제값을 내는 5G이용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5G 이동통신 요금을 품질이 가입자들의 기대 수준에 이를 때까지 일시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통3사는 5G 인프라 투자 등 비용이 들어갈 곳이 많은 점 등을 내세우며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해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2019년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G 중저가 요금제에 관해 “아직 망 구축에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고 가입자가 부족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5G가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아야 요금제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통3사의 5G요금제는 최저 월 5만5천 원에서 13만 원 수준으로 구성돼 있다. 보통 7만~8만 원대 요금제부터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5G콘텐츠와 서비스는 대부분 대용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대로 5G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은 한 달에 7~8만 원이 넘는 요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5G가입자 수는 785만 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 가입자가 358만3951명으로 가장 많고 KT가 239만2558명, LG유플러스가 187만860명을 확보하고 있다. 알뜰폰 5G가입자 수는 2026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