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정치인
이재명의 브랜드'로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지사는 과감한 ‘사이다’ 행보로 지지기반을 넓혀 왔는데 앞으로 정책적 차별성을 보여주는 데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기본소득 박람회’를 개최하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과 경기도의 도입 노력을 알리고 있다.
박람회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데 기본소득을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본소득과 관련한 전문가의 강연뿐 아니라 유명인의 토크쇼와 뮤지컬, 콘서트 등 순서도 마련됐다.
이 지사는 박람회 개막식 개회사를 통해 “4차산업혁명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소비역량을 한계를 맞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특정 소수가 부를 독점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기본소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실용적이고 유일한 정책 대안”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미 기본소득을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도입하고 있거나 시범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도내 만24세 청년들에게 청년기본소득을 100만 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내년에 농민기본소득을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이어 마을 단위로 농촌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사회적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이 지사가 의욕적으로 기본소득을 정책에 반영하고 기본소득과 관련한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데는 기본소득을 자신의 정책 브랜드로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시선이 많다.
그동안 이 지사는 ‘사이다’라는 별명답게 과감한 발언과 신속한 행동으로 인기를 끌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서 비롯된 코로나19 확산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행정력을 동원해 신천지 신도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만희 총회장의 검체를 채취하는 등의 일련의 모습은 이 지사의 사이다 행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사이다 행보만으로는 국정운영의 역량을 갖춘 지도자로서 신뢰감을 주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이 지사를 대표하는 정책 브랜드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최근 기본소득 논의가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며 기본소득을 둘러싼 선점 경쟁도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에 관심을 보여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서 민주당보다 오히려 활발하게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을 단순한 정치구호로 앞세우는 게 아니라 재원조달 방법을 아우른 구체적 방안까지 마련해 다음 대선을 위한 핵심공약으로 다듬는 데까지 바라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이 포함돼 있다”며 “나라 재정여력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절대빈곤을 타파하고 국민 삶의 안정을 도모하는 사회적 기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정치인생 내내 공을 들였던 기본소득 이슈를 두고 더욱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지사도 이런 점을 고려해 언론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빈도를 늘리고 있다.
이 지사는 10일 밤 11시50분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기본소득’을 주제로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과 토론을 펼친다.
기본소득을 한국 사회에 도입할 때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토론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의 소득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방식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사는 6월에도 100분 토론에 나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 기본소득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