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문화 확산에 대응해 텔레마케팅 채널의 수익성을 끌어 올릴 실험을 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재택근무를 하며 보험설계사 활동을 하는 텔레마케팅(TM) 인력을 뽑고 있다.
9일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9월 말까지 보험회사 텔레마케팅(TM)조직에서 일하고 있거나 손해보험 판매자격을 보유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메리츠TM 소호’를 모집한다.
메리츠TM 소호는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를 할 수 있는 재택근무형 TM설계사다.
헤드셋을 낀 설계사들이 특정 사무실에 모여 전화를 걸고 받는 일반적 텔레마케팅 영업환경과 차이가 있다.
기존의 소호슈랑스와도 차별성을 뒀다. 소호슈랑스는 소규모 자영업을 뜻하는 소호(SOHO)와 보험을 합친 말이다.
지금까지의 소호슈랑스는 소호사업자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대면 영업채널이었다. 전문직 종사자나 자영업자 등이 기존의 사업을 유지하면서 보험영업을 통해 수익을 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집에서 전화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메리츠화재는 텔레마케팅 소호 인원의 영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택근무용 컴퓨터와 법인 휴대전화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문가로 이뤄진 전담조직을 통해 소호 상담원을 일대일로 지원하는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바뀐 영업환경에 발맞춰 TM설계사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TM 소호의 경쟁력이 확인되면 확대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텔레마케팅 소호의 경쟁력이 확인되면
김용범 부회장이 TM채널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TM채널이 현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원수보험료의 5% 수준인 만큼 성장할 여지가 많다.
메리츠화재가 1분기에 거둔 원수보험료는 모두 2조2228억 원이다. 이 가운데 TM채널의 원수보험료는 1223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면채널에서 거둔 원수보험료가 2조857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인터넷 등 사이버마케팅(CM)채널은 148억 원에 그쳤다.
김 부회장이 새로운 TM조직을 꾸리려는 것은 지난해 과도하게 늘었던 TM조직 재정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장기인보험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 확대와 전속설계사 증원이라는 투트랙 전략 이외에도 상위 손해보험사들이 소홀히 하기 쉬운 TM채널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올해 들어서는 저효율 조직을 정비하고 손해율이 높은 상품을 교체하는 차원에서 상반기에 TM조직의 인원을 감축했다. 지난해 말 3860명에 이르던 TM설계사를 상반기에 절반가량 줄였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름만 올리고 제대로 활동하지 않았던 TM설계사들을 정리하면서 공간, 설비 등 비용 효율성을 높였다"며 "TM 소호는 비용 측면에서 기존 TM보다 강점이 있는 만큼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상반기에 별도기준 순이익 2134억 원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보다 56.8% 늘었다. 삼성화재 4334억 원, DB손해보험 3494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