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잠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중진들의 불만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당권을 강화하면서 초선 의원들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소외감이 커지고 있다.
7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내년에 치러질 재보궐선거 후보를 놓고 “서울시장에는 초선이지만 윤희숙 의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다”라며 “부산은 우리 당에 김미애 의원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물론 윤 의원, 김 의원 모두 초선 의원이다. 초선 의원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놓고 모두 당내 초선 의원들로 추천한 셈이다.
박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3선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6일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네 명 의원의 복당을 언급한 일을 놓고는 “네 명이 들어와 봐야 107석밖에 안 된다”며 “실질적으로 복당을 한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선 의원이 방송에서 재보선 후보를 말하는 일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국민의힘에서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렇듯 커진 것은 김 위원장이 중진보다 초선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무관치 않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 초선 의원이 후보로 거명되는 것 역시 김 위원장이 몇몇 초선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당이름을 바꾸고 당 정강정책을 개정하는 등 당 쇄신작업을 벌이면서 정강정책에 ‘국회의원 4선 연임금지’ 조항도 포함시키려 했다.
중진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의원 총회에서는 논란이 된 조항을 주장한 사람을 징계해야 한다는 등 거친 반응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반발과 위헌 등 논란 끝에 4선 금지 조항은 국민의힘 정강정책에서는 빠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당 정강정책에 빠진 ‘국회의원 4선 연임제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박 의원 대표 발의로 다음 주쯤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점도 결과적으로 당내 중진 의원들의 힘이 빠진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주로 맡는 상임위원장은 법안 심사 등 절차에서 상임위원회 운영에 강력한 권한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에서 아무도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하게 되면서 중진 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초선의원들과 차별화된 권한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된 셈이다.
김용진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도 6월29일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6월26일과 6월29일에 비슷한 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김 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협상권과 결정권이 미래통합당에서 계속 분리돼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당 혁신 과정에서 소외됐던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불만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6일 홍 전 대표 등 의원들의 복당을 꺼내 들면서 직접적으로 김 위원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역량이 검증된 지도자급 국회의원들의 복당을 막는 것은 당을 비대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속 좁은 리더십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3선인 조해진 의원 역시 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의원총회에 와서 인사말만 하고 떠나는 등 행동을 들어 “이것은 정상적 체제가 아니고 민주적이지도 않고 당을 통합시키지도 못한다”며 “비대위가 당 전체를 안고 끌고 가야 하는데 약간 별동대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