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말이 나돌면서 실효성 등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단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
|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9일 “두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 만약 매각이 진행되면 인수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두 회사를 강제합병한다 해도 두 기업의 사업분야가 거의 비슷해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두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각종 자산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몸집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만큼 추가적 구조조정의 여지가 크지 않다”며 “또 현재 해운시장의 주도권이 극초대형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선사들로 넘어가 있어 극초대형 선박이 없는 두 회사는 합병해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앞으로 수 년 안에 해운시장의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해운업에 투자할 회사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2천억 원의 자금을 수혈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해운업계에 합병을 강요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두 회사의 합병이 시너지로 연결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외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각자의 회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 무형의 자산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다. 선박의 크기는 물론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노선배치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시너지는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 덩치가 커지는 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이 추진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
|
|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류 연구원은 “결국 양사의 합병 논의와 방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쪽이 인수할 것이냐, 어느 쪽이 인수하든 차입금 부담이 큰 만큼 차입금 해결이 가능할 것이냐 등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양강체제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동맹체 중심의 글로벌 해운산업,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양사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합병법인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규모가 커지면 협상력을 높여 운임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