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대차에 따르면 3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국제가전전시회에 참가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알린다.
유럽 국제가전전시회는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모바일전시회(MWC)와 함께 세계 3대 IT·가전분야 전시회로 꼽히는데 현대차가 유럽 국제가전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특히 3일 부대행사로 열리는 ‘IFA넥스트’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IFA넥스트는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혁신기술을 토론하는 행사로 올해는 ‘시프트 모빌리티’를 주제로 비대면 온라인으로 열리는데 비어만 사장은 국내에서 직접 IFA넥스트 토론자로 참여해 ‘미래의 연료, 수소사회로 가는 길을 열다’를 주제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전략 등 수소경제 비전을 소개한다.
올해 유럽 국제가전전시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불참을 선언하는 등 지난해 절반 규모로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가 첫 참가를 결정한 것은 유럽이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지원책을 바탕으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핵심시장으로 빠르게 떠오르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그린뉴딜정책을 더욱 강화했는데 특히 수소경제 활성화에 큰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연합은 그린뉴딜정책에 ‘그린수소’를 바탕으로 수소경제를 육성하는 전략을 담았는데 이를 위해 수백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한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유럽연합은 그린수소 제조를 위한 재생에너지 건설에만 2030년까지 2200억~3400억 유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설비 분야에 240억~420억 유로, 수소충전 등 인프라확충에 650억 유로 등을 투입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이 코로나19 이후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수소산업의 육성”이라며 “글로벌 수소차산업은 확장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유럽연합의 그린뉴딜정책을 통해 이런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바라봤다.
유럽이 글로벌 수소전기차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셈인데 현대차 역시 유럽을 집중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호준 현대차 상용 친환경해외사업팀장은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수소전기차는 앞으로 대형트럭을 중심으로 유럽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2030년 기준 유럽 수소 대형트럭시장에서 점유율 12~15%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형수소트럭 양산에 성공한 뒤 7월 스위스에 제품을 수출했는데 앞으로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어만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는데 현대차의 대형수소트럭을 비롯한 수소전기차 개발도 총괄한다.
유럽이 수소전기차의 핵심시장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유럽 최대 국제가전전시회에 직접 참가해 공략 기반을 다진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10대가 7월 스위스로 가기 위해 전남 광양항에서 ‘글로비스 슈페리어’호에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어만 사장 개인적으로는 수소전기차 분야 글로벌 1위인 현대차의 기술개발 책임자로 고향 독일에 돌아온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가 큰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비어만 사장은 BMW 출신 고성능차 전문개발자로 2008년부터 2015년 현대차에 영입되기 전까지 BMW 고성능차 M 개발 총괄 연구소장을 맡아 BMW의 고성능차 성능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어만 사장은 내연기관차의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며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았는데 현대차로 영입된 지 5년 만에 궁극의 친환경차로 평가되는 수소전기차의 유럽 전도사 역할을 맡은 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 있다.
비어만 사장은 지난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현대차가 아니면 누가 수소연료를 활용한 고성능차를 만들 수 있겠느냐”며 “수소전기차에서는 현대차가 가장 앞선 기술을 지닌 만큼 누군가 수소를 활용한 고성능차를 만든다면 당연히 현대차가 처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IFA가 가전전시회지만 자동차와 IT기술이 점점 더 밀접해지며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전시회 참가를 준비하게 됐다”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전략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