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게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은 위기일까 기회일까?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라는 새로운 고급브랜드를 만들면서 대중차 브랜드로 더욱 굳건히 자리잡아야 하는 현대차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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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현대차는 그동안 현대차를 대표하던 고급세단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잃게 되면서 대외 이미지가 예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내부에서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으로 아슬란과 그랜저가 거명되고 있다.
자동차회사의 플래그십 세단은 회사의 자존심이자 회사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했던 역할을 아슬란과 그랜저가 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슬란과 그랜저 모두 현대차를 대표하는 차종으로 내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아슬란은 내수 전용으로 출시된 데다 내수 판매량도 매우 저조하다. 한때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그랜저 역시 예전보다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
현대차는 당장 기아차에게도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기아차의 K9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통틀어 최상위 차종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현대차의 라인업 확대에도 지장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고급차를 내놓을 때 제네시스와 간섭효과를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는 고급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도 부재한 상황이다. 베라크루즈가 단종됐지만 앞으로 현대차가 아닌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베라크루즈의 후속 모델이 나온다.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중형 SUV도 나오는 만큼 차급이 겹치는 싼타페의 단종 가능성도 높다.
그랜저는 내년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되는데 위치가 애매해졌다.
토요타의 플래그십 세단 아발론은 렉서스와 판매간섭이 벌어져 판매량이 부진했다. 토요타는 아발론의 새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렉서스와 판매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이 현대차에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가 그동안 디자인과 제원 면에서 다소 보수적인 차종을 출시해 왔다면 기아차처럼 파격적이고 젊은층을 노린 차종을 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앞으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차종을 출시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 차값이 내려갈 가능성도 커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 양립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윈-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가 고급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현대차도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