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기아차에 따르면 새 기업 이미지(CI)부터 브랜드 정체성(BI), 공간 정체성(SI), 조직문화, 엠블럼 등을 마련하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해 1월 주주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근본적 변화를 주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기아차는 올해 초 새 브랜드 지향점으로 △전기차(EV) 선도 브랜드 △밀레니얼·Z세대 타깃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 등을 내걸었다.
자동차업계는 기아차가 10월에 구체화한 내용을 발표하고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처음 내놓는 전기차부터 새 엠블럼을 적용해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사장에게 새 브랜드 이미지 정립은 기아차의 중장기 미래전략인 ‘플랜S’ 추진과 맞닿아 있는 과제다.
플랜S(Plan Shift)는 대전환을 의미하는데,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 등을 뼈대로 하는 기아차의 미래 청사진이다.
기아차는 2025년까지 모두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세계 판매량의 25%를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전기차시대가 열리면 내연기관차시대에서 쌓았던 이미지와 상관 없이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대결을 펼치게 되는 만큼 너나할 것 없이 선도기업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로고 등을 손보고 있다.
BMW나 폴크스바겐, 닛산 등은 이미 기존 로고 디자인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단순화한 새 로고를 마련했다.
기아차 역시 2021년 전기차시대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만큼 올해를 브랜드 이미지 전환의 적기라고 여기고 브랜드 이미지 정립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아이오닉 브랜드를 출범한 것과 달리 기아차는 별도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의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자칫 브랜드 사이 판매간섭이 우려될 수 있다. 기아차가 고급브랜드 출범을 내부적으로 여러 번 검토했음에도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수요가 겹칠 수 있다는 그룹 판단에 이를 번번이 추진하지 못했던 점도 이런 추정에 힘을 보탠다.
기아차로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기차시대에 맞게 탈바꿈 하는 것 외에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
송 사장은 ‘플랜S’를 속도있게 추진하기 위한 적임자로 평가받아 기아차의 새 사령탑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다.
기아차가 전기차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하기로 한 만큼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유럽시장의 전문가를 사장으로 발탁했다는 것이다.
송 사장은 기아차에서 유럽시장과 수출전략을 오랜 기간 담당해 '유럽 전문가'로 불리는데 해외시장 상황도 면밀히 살피며 브랜드 이미지 정립 작업을 마저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브랜드체계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기아차는 7월 미국에 신형 K5를 내놨는데 브랜드 통일성을 위해 기존 이름인 ‘옵티마’를 버리고 K5 이름 그대로 출시했다. 미국에서 옵티마 브랜드 선호도가 높았던 점에 비춰볼 때 과거와 단절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단어를 표현할지까지 등도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면서도 "언제 새 브랜드 정체성 등을 공개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