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NH농협은행을 내세워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는 이유를 놓고 금융권의 시선이 몰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광수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NH농협은행을 통해 한국판 뉴딜정책에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은 농협중앙회와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NH농협금융지주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농협중앙회가 있다. NH농협금융지주가 독립적 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의사결정 등 과정에 농협중앙회가 있는 ‘옥상옥’ 구조인 셈이다.
정부 시책에 발맞춘 대규모 금융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김 회장이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대신 이름을 내세우기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금융지주의 핵심계열사가 은행인 만큼 다른 금융지주들도 대부분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이 이뤄지겠지만 대규모 금융지원인 만큼 지주 회장의 결단으로 부각됐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만나고 한 달여가 지나서야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도 NH농협금융지주에서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와 협의하는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심사숙고를 거쳤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은 위원장을 만난 당일인 7월23일 지원방안을 내놨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7월26일 지원방안을 내놨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원방안을 졸속으로 내놓기보다 심사숙고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NH농협은행을 내세운 데는 NH농협은행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최근 ‘OEM펀드’ 판매사로서 최초로 과징금을 받았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통해 NH농협은행의 이름을 알린다면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26일 한국판 그린뉴딜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녹색금융사업단’을 신설하고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스마트팜 등 농업정책사업에 5년 동안 모두 8조 원을 투자·지원하는 계획을 내놨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NH농협은행과 별도로 다른 계열사들도 한국판 뉴딜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NH농협은행이 다른 금융지주들이 밝힌 10조 원에 근접하는 8조 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내놓은 만큼 지주 차원에서 대규모 추가 금융지원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기존의 혁신성장 대출·투자 공급액을 20조 원 더 늘리고 KB금융지주는 9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10조 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내놨다.
NH농협은행 이외에 대규모 금융지원이 가능한 계열사는 NH투자증권을 꼽을 수 있는데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점도 있다.
NH투자증권은 펀드 투자자 선지급 등 먼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 만큼 뉴딜정책에 대규모로 투자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